[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에인절스는 올해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에 마지막으로 가을야구를 했으니, 10년 연속 그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한 팀은 에인절스가 유일하다. 특히 2021년 이후 투타 겸업을 본격화한 오타니 쇼헤이와 거포 마이크 트라웃, 당대 최고의 듀오를 3년 연속 거느리고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가 지난해 여름 이후 구단 매각을 하기로 했다가 이를 백지화했는데, 구단 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내는 실무진은 그대로 놓아두고 로스터만 교체하는 악수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2020년 부임한 페리 미나시안 단장과는 2026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에인절스의 지난 10년을 정리하면 부상자 관리 미숙, 불안한 선발진 탓에 승률 5할을 한 번(2015년) 밖에 넘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타니가 지난 겨울 에인절스와 제대로 FA 협상을 벌이지도 않고 떠난 근본 이유다.
올해도 트라웃은 무릎 부상으로 4월까지 뛰고 모습을 감췄고, 대표적인 '먹튀' 앤서니 렌던은 햄스트링, 허리, 복사근 부상 등 또다시 '유리몸'의 위용을 드러내며 57경기 출전에 그쳤다. 팀 평균자책점(4.56)은 AL 15팀 중 14위인데, 선발 평균자책점(4.23)은 리그 최하위였다.
이 때문일까. 에인절스의 오프시즌이 분주해 보인다. 선발진 강화에 올인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인절스가 일본인 투수 기쿠치 유세이를 영입해 로테이션을 강화했다.
MLB.com은 26일(이하 한국시각) '에인절스가 이번 오프시즌 들어 가장 공격적인 구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좌완 FA 유세이 기쿠치와 계약에 합의했다'며 '금액은 페리 미나시안 단장이 부임한 2020년 이후 구단 최대 규모인 3년 6300만달러(약 882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에인절스는 지난 8일 카일 헨드릭스를 1년 250만달러에 영입한데 이어 기쿠치와 계약해 로테이션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셈이다. MLB.com은 '기쿠치는 즉각적으로 에인절스의 에이스가 돼 올시즌 63승99패로 1961년 창단 이후 최다패를 당한 팀이 일어서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쿠치가 1선발이라는 소리다. 사실 타일러 앤더슨(10승15패, 3.81), 호세 소리아노(6승7패, 3.42), 리드 디트머스(4승9패, 6.70) 등 기존 선발들 중에 기쿠치보다 나아 보이는 투수도 없다.
기쿠치는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두 팀에서 32경기에 등판해 175⅔이닝을 던져 9승10패, 평균자책점 4.05, 206탈삼진, WHIP 1.20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특히 지난 7월 말 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10경기에서 60이닝 동안 5승1패, 평균자책점 2.70, 76탈삼진, WHIP 0.93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이번에 FA 대박을 터뜨린 게 바로 후반기 10경기에서 에이스와 같은 피칭을 펼친 덕분이다.
올해 33세인 기쿠치는 올시즌 후반기 커리어 하이를 나타내며 연평균 20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우뚝 섰지만, 에이스감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MLB.com은 '기쿠치는 작년 12월 떠난 오타니 이후 에인절스의 첫 일본인 투수다. 오타니와 함께 한 6년 동안 확보한 폭넓은 일본 팬들이 여전히 에인절스를 응원한다'고 논평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