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969년 커트 플러드의 트레이드 거부 사태 이후 8년의 진통 끝에 1977년 공식 도입된 메이저리그 FA 역사상 최고의 선수는 누구일까.
ESPN이 26일(한국시각) '가장 위대한 MLB 프리에이전트 랭킹: 소토는 어디에 위치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기사를 쓴 데이비드 쇼엔필드 기자는 '1990년 이후 굵직한 FA 선수들이 당시 나이와 기량을 그대로 지닌 채 시장에 나간다고 가정했다. 자체 평가를 통해 59명을 선발한 다음 FA 당해 시즌의 WAR과 이를 포함한 최근 3년치 WAR, 그리고 실제 계약 규모를 고려해 톱10을 선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쇼엔필드 기자는 상위 10명을 알렉스 로드리게스(2000년), 오타니 쇼헤이(2023년), 배리 본즈(1992년), 후안 소토(2024년), 애런 저지(2022년), 매니 마차도(2018년), 앨버트 푸홀스(2011년), 매니 라미레즈(2000년), 브라이스 하퍼(2018년), 게릿 콜(2019년) 순으로 랭킹을 매겼다.
100여년 만에 투타 겸업 신화를 오타니와 1990년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본즈, '21세기 테드 윌리엄스'로 불리는 소토를 제치고 A로드가 역대 가장 위대한 FA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A로드는 FA 시즌인 2000년 WAR 10.4, 3년치 WAR 23.7을 마크한 뒤 텍사스 레인저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 계약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종전 기록인 NBA 케빈 가넷이 1997년에 맺은 6년 1억2600만달러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에 세상이 놀랐다.
쇼엔필드 기자는 '당시 A로드는 젊고(25세 5개월), 시장성이 크며, 공수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어 프랜차이즈를 바로 세울 선수로 각광받았다'며 'FA 시장에 완벽하고도 절대적인 폭풍을 몰고 왔다'고 전했다.
A로드는 당초 1억8000만~1억9000만달러에 뉴욕 메츠에 입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톰 힉스 텍사스 구단주가 전격 결단을 내리며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당시 연평균 연봉 2520만달러는 밀워키 브루어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스몰 마켓 구단들의 페이롤보다 큰 금액이었다.
MLB 임원 샌디 앨더슨이 당시 "메이저리그에 위기가 왔다"며 A로드 계약을 비난하자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우리는 수입 배분(revenue sharing)은 필요없다. 지적 배분(intellect sharing)이 필요하다"며 일축했다.
A로드는 텍사스 입단 후 3년 연속 AL 홈런왕과 2003년 MVP 등 개인 기량을 절정으로 꽃피웠지만, 팀은 3년 연속 AL 서부지구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텍사스는 A로드의 몸값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2004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다.
쇼엔필드 기자는 2위에 오른 오타니에 대해 '팔꿈치 수술을 받아 2024년 투수로는 던질 수 없었음에도 투타 겸업이라는 독특한 위상이 그를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FA로 만들었다'고 했다.
오타니는 2023년 WAR 9.9를 포함해 3년간 누적 WAR 29.6으로 59명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에 계약했지만, 총액의 97%을 계약기간이 끝난 뒤 10년에 걸쳐 나눠받기로 해 '현가'는 4억6080만달러로 크게 줄어든다. 쇼엔필드 기자는 이에 대해 '현가로 봐도 오타니는 여전히 메이저리그 최고액 계약의 주인공이지만, 소토가 넘어설 것 같다'고 예상했다.
3위 본즈는 1992년 시즌을 마치고 당시 평균연봉(AAV)과 총액에서 모두 역사상 최대 규모인 6년 4375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해 WAR 9.0으로 MVP에 오른 본즈는 3년 합계 WAR 26.7을 마크했다. 본즈를 거액에 영입한 피터 마고완 샌프란시스코 구단주는 "아주 많은 돈을 들였지만, 배리 본즈는 단 하나 밖에 없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쇼엔필드 기자는 소토를 4위에 올려놓으며 '그 나이에 비슷한 실력을 쌓은 선수로 현역으론 브라이스 하퍼, 매니 마차도,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는 프랭크 로빈슨, 켄 그리피 주니어, 에디 매튜스, 미키 맨틀을 들 수 있다'며 '그의 수비력을 감안하면 30대 후반에는 지명타자로 나설텐데 에드가 마르티네스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소토는 4위에 그쳤지만, 현가로 따져 오타니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액 계약이 확실시되고 있다. FA 개장 이전 5억달러로 예측됐던 그의 시장 가치는 지금 6억달러를 넘어선 분위기다.
AAV 100만달러를 최초로 돌파한 1980년 놀란 라이언, AAV 700만달러를 넘어선 1992년 본즈, 총액 1억달러를 처음 쓴 1998년 케빈 브라운, 총액 2억달러를 최초로 넘어선 2000년 A로드, '7억달러의 사나이' 2023년 오타니에 이어 소토가 메이저리그 FA 역사에 이정표를 세운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제시받는 FA 투어 2라운드에 들어선 소토는 여전히 양키스 또는 메츠행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