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김연경이 돌아온 이후 흥국생명은 매번 우승권에 있었다. 하지만 우승은 못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지만 번번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최고 선수인 김연경이 있지만 그의 파트너인 또 한명의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에서 약점을 보였다. 김연경이 후위로 갔을 때 전위로 간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공격이 잘 이뤄지지 않다보니 공격에서 불균형이 있었다. 결국 김연경과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고, 시즌 막판엔 체력적인 어려움이 왔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21세의 젊은 4년차 공격수 정윤주가 등장했다.
갈수록 힘이 넘친다. 2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 ̄2025 V-리그 현대건설과의 홈경기서 활약이 도드라졌다.
이날 정윤주는 21득점을 했다. 개인 한경기 최다득점 신기록. 김연경이 28점으로 양팀 최다 득점을 했고 정윤주가 전체에서 두번째로 많은 득점을 했다.
2021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에 온 정윤주는 첫 시즌엔 30경기에 출전, 80세트를 뛰며 203득점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두 시즌에선 거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번 시즌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이 과감하게 정윤주를 스타팅으로 기용하고 있다. 아직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공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폭풍 성장 중이다.
2세트 35-36에서 자신에게 온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해 2세트를 내줬던 정윤주는 3세트에선 25-25에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승기를 가져오는데 한몫 했다.
공격성공률은 36.5%로 이날 외국인 선수 투트쿠(14점, 공격성공률 26.7%)보다 더 좋은 모습이었다.
이번 시즌 82득점으로 전체 21위, 국내 선수 중에선 1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초반에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갈수록 좋아졌다. 잘되는 날, 안되는 날이 있겠지만 성장할 어린 선수가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라며 "수비가 약하지만 당연히 성장해야 하는 부분이다. 갑자기 잘될 수 없다. 연습해야 하고 경기 중에도 수비가 늘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경기후 인터뷰실로 온 정윤주는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예전 최다 득점이 20점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보다 많이 성장한 것 같다. 앞으로 성장할 것도 많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스스로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정윤주는 "성장을 하고 있는게 맞는데 그렇다고 계속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며 "떨어졌다가 다시 멘탈을 잡고 다시 올라가고, 그렇게 성장 중인 것 같다"고 했다.
주전으로 나가는 것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 "예전에 교체로 들어갈 땐 그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해서 좀 무거운 느낌이었다"는 정윤주는 "하지만 지금은 믿어주고 있다는 신뢰감이 있어서 미스를 하더라도 다음엔 이걸 해보자 하는 마음이 있다. 뭘 잘못했는지 파악해 다음엔 안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김연경이 후위에 있을 때도 때려줄 수 있는 국내 스파이커가 있다보니 흥국생명의 경기가 잘 풀린다.
어느덧 개막 9연승. 정윤주의 성장이 못 다 이룬 대망의 꿈을 꾸게 하고 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