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대만의 깜짝 우승,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대만이 일본을 누르고,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반전을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설마가 현실이 됐다.
대만은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4대0 승리를 거두며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객관적 전력, 홈 어드밴티지 등을 따졌을 때 일본이 훨씬 앞설 거라 예상됐던 경기. 그런데 대만이 이겼다. 그것도 힘으로 눌러버렸다. 홈런 2방으로 기선을 제압했고, 투수들은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고, 수비는 견고했다.
물론 운도 따랐다. 대회 방식부터 그랬다.
일본, 대만, 미국, 베네수엘라 4팀이 펼치는 슈퍼라운드. 일본 3승에 나머지 팀들이 1승2패로 물렸다.
일본한테 모두 지고, 3팀이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맞물린 가운데 상대 전적이 앞선다는 이유로 결승에 오른 상황. 절대강자 일본의 상대로 격이 맞지 않았다. B조 조별리그에서도 대만을 격파했던 일본이다.
선발투수를 둘러싼 신경전도 있었다.
대만은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1승2패로 라운드 마감이 확정되자 어부지리로 결승 티켓을 따냈다.
마지막 일본과의 결승전에 에이스 린위민을 쓸 필요가 없어졌고, 2000달러의 벌금과 야구 매너에 대한 비판을 무릅쓰고 린위민 투입을 결승전으로 미뤘다. 그런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린위민이 결승전 4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대만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대만은 총 3패를 하고도 우승한 최초의 팀이 됐다. 과정이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경기 한판을 이기고 우승한 것도 실력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만의 우승을 두 갈래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마음의 위안이다. 한국은 조별리그 개막전 대만에 충격패를 당하며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그런 대만이 우승을 했으니 '참사의 주인공이 된 게 아니라, 질 만한 팀한테 졌다'는 결과론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대만은 미국 마이너리그에 진출한 유망주들과 일본프로야구 출신 선수들 중심으로 예상보다 뛰어난 개인 기량과 조직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냉철하게 바라보면 이제는 대만을 절대 한 수 아래 상대로 볼 수 없다는 현실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는 실력이나 리그 환경 면에서 모두 한국이 앞서는 게 확실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야구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점점 줄고 있고, 젊은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극심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선수가 없어 비시즌만 되면 실력 이상의 '돈 잔치'가 벌어진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선택한 대표팀인데 김도영(KIA) 박영현(KT)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만과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하는 선수가 있느냐고 할 때, 자신 있게 누구라고 답할 선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병역 혜택'이 걸린 아시안게임 외에 국제대회에서의 참패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대만은 일찌감치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미국, 일본 등 해외로 진출시킨다.
높은 수준의 야구를 접하고, 강한 선수들과 싸우며 자신감을 얻는다. 대표팀 투-타 주축 선수들이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한다. 소위 말하는 'A급' 선수들이 줄줄이 나오니 한국과도 충분히 싸워볼 만 하다. 대만도 현재의 주축 멤버들이 젊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어느덧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가 돼버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