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저는 겨울에 축구할 운명인가봐요."
김도균 서울 이랜드 감독은 '플레이오프(PO)의 남자'다. K리그 지도자 생활 5년 동안 3번이나 PO를 경험했다. 시작은 K리그 감독 첫 해인 2020년이었다. 수원FC를 이끌고 아무도 예상 못한 K리그2 2위를 달성한 김 감독은 PO 무대에 섰다. 당시 상주 상무의 자동 강등으로 승강 PO 없이 PO 결과로 승격 여부가 결정됐다. 상대는 경남FC였다. 정규리그 성적에서 앞선 수원FC가 비기기만 해도 됐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분위기가 요동쳤다. 포기 않고 공격에 나선 수원FC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안병준이 성공시켰다. 극적인 1대1 무승부. 김 감독은 감격의 1부 승격에 성공했다.
3년 후 김 감독은 다시 PO에 나섰다. 이번에는 승강 PO였다. 1부 11위에 머문 수원FC는 K리그2 2위 부산 아이파크와 격돌했다. 1차전에서 '에이스' 이승우가 퇴장 당하는 악재 속 1대2 역전패를 당하며, 2부 강등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선제골을 내주며 더욱 어려워진 그때, 김 감독의 승부사 본능이 번뜩였다. 후반 33분 김현의 동점골에 이어 40분 이영재의 거짓말 같은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에서 김 감독의 공격축구가 더욱 빛났다. 지키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간 수원FC는 연장전에서만 3골을 몰아넣으며 5대2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1, 2차전 합계 6대4, 김 감독은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서울 이랜드로 말을 갈아탄 올해, 또 PO가 김 감독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PO행만으로도 이미 성공이었다. 이랜드는 지난해 11위에 머물렀다. 창단 첫해를 제외하고는 PO 문턱에도 가지 못하던 이랜드였다.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이랜드는 삼고초려 끝에 김 감독을 품었다. 이랜드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김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을 택했다. 김 감독은 선수단부터 새롭게 꾸렸다. 오스마르, 김오규 김영욱 등 베테랑에다 K리그2 알짜들을 품었다. 이랜드는 지난 시즌과 거의 같은 예산을 쓰고, 타 팀이 긴장할만한 스쿼드를 만들었다. 풍부한 인맥과 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을 구축한 '김도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수비축구에 이어, 중반부터 공격축구로 변화를 꾀하며, 창단 최고 성적인 3위를 달성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김 감독이 그렇게 바꾸려고 노력한 '패배주의'에 가로막히며 역전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분명 정규리그 성적만으로도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멈추지 않았다. 목표는 오직 하나, 승격이었다.
이랜드는 24일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하나은행 K리그2 2024' PO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0-2로 끌려갔지만, 수비형 미드필더 백지웅을 공격 위쪽에 두는 과감한 모험수가 멋지게 통하며 극적인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후반 32분 김신진과 35분 백지웅의 연속골이 터졌다. 3분의 마법이었다. 김 감독은 이랜드를 창단 첫 승강 PO로 이끌었다.
승강 PO 상대는 전북 현대다.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거뒀지만, K리그1 통산 최다 우승을 자랑하는 난적 중에 난적이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이랜드가 두수 아래다. 그래도 이랜드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믿을 구석은 김 감독의 'PO DNA'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단판 승부, 김 감독의 풍부한 PO 경험은 이랜드의 최대 무기다. 더욱이 김 감독은 PO 무대에서 단 한차례도 실패한 적이 없다. 두번의 PO에서 극적인 무승부를 이끌어냈고, 승강 PO에서는 승리를 거뒀다. '겨울 축구'의 운명을 타고난 김 감독이 이번에도 기적을 이뤄낼 것인지, 12월 1일 홈에서 펼쳐지는 1차전이 승부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