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는 긴 주행 거리, 빠른 충전 속도, 잠재적 비용 절감을 동시에 약속하며 전기차 기술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여전히 기술적 난관 돌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 제조사가 10년 이상 연구에 매진해 왔지만 대량 생산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소규모 시제품이 생산되고 있지만 상용화의 벽은 높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르게 가속 중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EV가 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회사 중 하나가 일본의 혼다자동차다. 혼다는 최근 자사 최초의 전고체 배터리 EV 생산을 목표로 대규모 시험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혼다는 일본 도치기현 사쿠라시에 약 약 8430평 규모의 시험 생산 라인을 설치했다. 이 시설은 전고체 배터리의 생산 공정을 검증하기 위한 모든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혼다는 2025년 1월부터 이 라인에서 실제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이 배터리들은 전기차에 바로 탑재되지는 않는다. 상용화에 앞서 제조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대규모 양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단계로 활용될 예정이다.
혼다는 첫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를 2020년대 후반 출시할 계획이다. 이는 스텔란티스가 2026년까지 반(半)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닷지 차저 EV 시범 차량을 선보이겠다는 계획과 비슷한 시기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퀀텀스케이프, 닛산, 도요타 등 여러 기업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혼다는 기존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기술을 전고체 배터리에 접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특히 롤 프레스(roll-pressing) 기법을 개발해 보다 밀도가 높은 고체 전해질 층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방식은 고체 전해질을 소규모로 생산하는 대신 연속적인 프레스 공정을 가능하게 만들어 생산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혼다R&D대표이사 오츠 케이지는 “전고체 배터리는 EV 시대를 바꿀 혁신 기술”이라며 “자동차 기술 발전을 지탱해온 엔진을 배터리가 대체하는 전환기에 있으며 배터리 기술의 진보가 혼다의 미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시험 생산 라인의 가동은 혼다와 일본 자동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다는 미국 시장에서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GM과 협력해 생산한 혼다 프롤로그는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향후에는 자사 기술로 개발한 모델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혼다는 2026년부터 새로운 ‘혼다 0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라인업에는 각진 플래그십 세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0 시리즈 살롱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모델과 또 다른 신형 EV가 포함된다.
혼다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혁신적인 생산 공정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기회로 평가받는다. 상용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혼다는 EV 산업에서 한발 앞선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