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본 꺾고 프리미어12 우승…일본 국제대회 27연승 중단
한국야구, 대만 상대로 최근 6경기에서 2승 4패 열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한국야구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야구계는 입을 모아 "잡아야 할 팀을 잡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이번 프리미어12 대만과 첫판에서 3-6으로 패했고, 일본과 3차전도 3-6으로 졌다.
쿠바,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에는 승리를 거둬 3승 2패로 대회를 마쳐 대만과 일본에 슈퍼라운드 티켓을 넘겨줬다.
이때 '잡아야 할 팀'은 대만이었다.
대만전에서 승리해야 슈퍼라운드로 가는 길이 열린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대만 야구를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바라보는 시선도 포함돼 있다.
이제 한국야구는 현실적으로 대만을 '잡아야 할 팀'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대만이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을 4-0으로 완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다.
대만이 프리미어12,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대만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은 뒤 32년 만에 다시 일본을 잡았고, 일본이 2019년 프리미어12 이후 이어 온 국제대회 27연승도 끊었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4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한 왼손 투수 린여우민, 쐐기 3점 홈런을 친 전제셴 모두 한국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야구를 괴롭혔던 린여우민은 이번 대회에도 한국전에 선발로 등판해 4⅔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고, 전제셴은 2회 고영표로부터 2점 홈런을 뽑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사무국이 집계한 프로 선수가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대만을 상대로 27승 16패로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6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2승 4패로 오히려 밀린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한 대만 야구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4.6세로 12개 출전국 가운데 최연소였다.
이제 더는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가 젊은 선수가 주축이 된 대만을 '1승 제물'로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야구 역시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젊은 선수 위주로 엔트리를 짰다.
2026 WBC,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다.
당장 2026년 3월에는 한국야구가 세대교체를 마무리하고 성적을 내야 할 WBC가 열린다.
2013년 3회 대회부터 지난해 5회 대회까지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쓴잔을 들이킨 한국야구는 2026 WBC에서도 대만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WBC를 관장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한국과 일본, 호주, 체코를 C조에 편성하고 나머지 한자리를 비워뒀다.
그 자리는 예선 라운드 통과 팀이 채운다.
대만은 지난 2023 WBC A조에서 2승 2패의 호성적을 거두고도 실점률에서 밀려 조 최하위로 처졌다.
대만과 중국, 독일, 스페인 등 8개 국가는 내년 2월부터 WBC 예선 라운드를 치러 본선에 올라갈 4개 팀을 가린다.
대만이 예선 라운드를 통과하고 본선에 합류하면, 한국과 일본이 기다리는 C조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야구는 상위 2개 팀만 진출하는 2026 WBC에서도 1라운드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2026년 9월에 개막하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대만은 강력한 경쟁자다.
한국야구는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2022 항저우 대회까지 4회 연속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번의 우승 가운데 3번은 결승전에서 대만을 만났다.
결국 한국야구가 대만을 국제대회에서 따돌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선발 투수가 꼭 필요하다.
한국야구가 최근 대만을 상대로 승리한 2경기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결승전(2-0)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결승전(6-1)이다.
두 경기 모두 선발 투수의 활약이 빛났던 경기다.
아시안게임 결승전은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시속 160㎞ 강속구로 무장해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APBC에서는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이 5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KBO 전력강화위원회와 사무국도 이번 프리미어12 실패 원인으로 선발 투수 부재를 지목하며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KBO 사무국은 야구대표팀 전임감독제 유지 여부를 논의한 뒤 이번 달로 계약이 끝나는 류중일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참이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