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승할 줄 알았습니다. 코웨이는 역시 우승입니다."
'코웨이 블루휠스 캡틴' 곽준성의 우승 소감이 당당했다. 코웨이는 24일 경기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펼쳐진 2024년 KWBL 휠체어농구리그 챔피언결정 최종 3차전서 혈투 끝에 제주 삼다수를 66대60으로 꺾었다. 1차전 패배 후 내리 2연승하며 역전 우승했다. 정규리그 3위 팀이 리그 1위 팀을 꺾고 2022년 첫 우승 이후 2년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우정배, 홀트배, 전국체전에 이어 출전한 모든 대회 우승을 휩쓸며 4관왕에 등극했다.
'우승할 줄 알았다'지만 플레이오프부터 챔프전까지 매경기가 명승부였다. 이겨야 사는 3차전은 4쿼터 종료 1분 전까지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갯속 승부였다. 코웨이는 1차전(22일) 종료 28초를 남기고 제주 초카이 랜시에게 역전포를 허용하며 54대57로 패했고, 2차전(23일) 양동길의 21득점-22리바운드, 맹활약 속에 66대58로 승리했다.
2021년 도쿄패럴림픽 은메달을 이끈 1999년생 일본 국대 초카이와 '국보 센터' 김동현을 보유한 제주 삼다수는 올시즌 리그 우승팀. 리그 평균득점 20.38점, 평균 어시스트 9.07개의 초카이는 1차전에서 34득점, 2차전에서 30득점을 몰아쳤다. 한일 에이스를 보유한 제주를 상대로 코웨이가 역전 우승을 빚어낼 수 있었던 힘은 수년간 손발을 맞춰온 끈끈한 원팀에 있다.
1차전 역전패 후 팀 미팅을 통해 심기일전했고, 2차전 팀플레이로 완승하며 우승 DNA가 살아났다. 김영무 감독은 '3점포 전문' 천재 가드 오동석의 포지션 변경을 단행했다. 절체절명의 챔피언결정전서 뻔한 길 대신 변화를 택했다. 상대가 플레이메이커 오동석을 압박할 경우 어려워지는 상황. 오동석은 김 감독의 특명에 따라 스크리닝, 피켓롤 플레이에 나섰고, 센터 양동길이 가드로 나서 공수에서 날아올랐다. 양동길의 롱패스가 작렬하면 오동석이 어김없이 내달렸다.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김 감독은 "포지션 변경을 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오동석의 농구지능을 믿었다. 디테일한 부분은 설명도 안했는데 알아서 척척 하더라"며 웃었다. "양동길의 성장, 모든 선수들의 희생과 헌신 덕에 가능했던 플레이"라고 공을 돌렸다.
서울시청 시절부터 5번(2019~2021년 3연패, 2022년 코웨이 우승, 2023년 준우승)의 챔프전을 경험한 코웨이는 위기에 강했다. 챔피언의 명운을 결정 지을 3차전, 1쿼터를 21-12로 앞선 후 2쿼터 32-31까지 추격당하며 위기에 몰렸다. 3쿼터 팽팽한 승부, 고비 때마다 캡틴 곽준성이 알토란 같은 역전포를 터뜨렸다. 에이스 김상열도 위기에서 제몫을 해냈다. 곽준성은 "농구는 혼자가 아닌 5명이 하는 것이다. 우리팀은 5명 누구나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믿고 뛰었다"면서 "이 팀의 주장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웃었다.
우승의 명운이 갈린 3차전 4쿼터, 마지막 1분의 해결사는 '52세 슛도사' 김호용이었다. 종료 57초를 남기고 코웨이가 61-60, 단 1점 앞선 상황, 김호용의 쐐기포가 작렬했다. 63-60. 그리고 마지막 공격권에서 자유투 4개 중 3개를 해결하며 66대60, 우승 스코어를 완성했다. 김호용은 양팀 선수를 통틀어 최다 21득점을 기록했다. 2년 전 코웨이의 첫 우승 때도 김호용은 31득점을 몰아쳤었다. MVP에 올랐던 그는 "정말요? 제가 봐도 미쳤네요" 했었다. 이날도 그는 "21득점인 줄 몰랐다"고 했다. 큰 경기, 승부처에서 배짱 두둑한 베테랑의 몫은 절대적이었다. 해결사의 운명을 피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위기도 있었지만 진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며 백전노장의 면모를 드러냈다. "감독님이 이미 3관왕 했으니 '져도 된다'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편하게 했다. 매경기 감독님의 지시가 너무 좋았다"며 사령탑에게 공을 돌렸다.
김영무 감독은 "두 번째 트로피가 더 좋다"며 웃었다. "4관왕을 했지만 올시즌 결코 쉽지 않았다. 춘천도 여전히 강했고, 최고의 외국인선수가 있는 제주도 강했다. 최고의 아이템을 갖춘 최고의 팀들을 꺾었다"면서 "모든 공은 선수들의 것"이라고 했다. "우리팀엔 나이 많은 선수도 있고 구력이 오래된 선수도 있지만 저를 감독으로 존중한단 걸 매순간 느낀다. 감독의 지시를 무슨 일이 있어도 수행하겠단 의지를 매경기 경기력으로 보여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팀에 절대 에이스, 팀 득점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선수는 없지만 5명 중 누구든 당일 컨디션에 따라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어느 하나 방심할 수 없는 선수들"이라고 했다. "(김)호용이형은 3차전만큼은 무조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딱 보이더라. 주문하지도 않은 3점슛까지 쏘더라. 믿고 놔뒀더니 믿음에 보답해줬다. 이 팀과 이 선수들은 내게 제2의 가족이자 내 마지막 팀"이라고 했다.
'휠체어농구 1세대 레전드' 임찬규 코웨이 단장도 "우리 선수들을 믿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 벤치에 있는 선수들 모두의 덕분이다. 모두가 원팀이 됐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며 우승 요인을 짚었다. 임 단장은 현재에 안주할 뜻이 없어보였다. "오늘 우승했지만 좋은 팀 제주를 상대로 고비가 있었다. 더 리딩하면서 더 압도적인 팀이 됐으면 한다. 아직 배울 것이 너무 많다."
코웨이 블루휠스는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스포츠조선, 위피크가 3년째 주최해온 모두의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의 파트너다. 뛰어난 실력만큼 따뜻한 인성을 갖춘 팀이다. 비시즌이면 전선수단이 서울림 참가 학교를 찾아 휠체어농구 수업 나눔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에 적극 동참해왔다. 임찬규 단장은 "코웨이의 든든한 후원 덕에 올 시즌 4관왕이 가능했다. 선수단의 사회공헌 활동도 적극 지원해주신다"고 했다. "휠체어농구 챔피언으로서 내년에도 '서울림'과 함께 하겠다. 코웨이를 통해 휠체어농구를 배운 서울림통합스포츠클럽 학생들이 장애인체육의 팬, 동호인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경기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