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변화와 회복의 움직임을 보였던 2024년 충무로. 그 중심에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들이 청룡영화상의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맞붙는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가장 큰 축제 제45회 청룡영화상이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된다. 각 부문 최종 후보들이 발표된 가운데 남녀 주연상 부문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은 올해 충무로의 재도약을 이끌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시상식에서 트로피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 영화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단숨에 스크린 장악한 남우주연상 후보들의 열연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배우들은 각기 다른 매력과 연기력으로 충무로를 뜨겁게 달궜다. 각자 만들어낸 독창적인 캐릭터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먼저 이성민은 영화 '핸섬가이즈'에서 터프가이 재필 역을 맡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핸섬가이즈'는 전원생활을 꿈꾸던 재필과 상구(이희준)가 새 집으로 이사하는 날, 지하실에 봉인된 악령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오싹한 코미디다. 이성민은 험상궂은 외모와는 반대로 새침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의 재필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선사했다. 극중 선보인 구릿빛 피부와 파격적인 꽁지머리 헤어스타일은 캐릭터의 외적 매력을 극대화하며 이성민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훈은 '탈주'에서 철책 반대편의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 역을 맡아 삶을 향한 간절한 갈망을 그려냈다. '탈주'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쫓는 보위부 장교의 목숨을 건 탈출과 추격전을 그린 작품. 이제훈은 철저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규남의 두려움과 결연함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규남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고 이제훈의 강렬한 눈빛과 절박한 감정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였다.
정우성은 영화 '서울의 봄'에서 이태신 역을 맡아 12·12 군사반란의 중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군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서울의 봄'에서 정우성은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혼란의 한가운데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태신의 복잡한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유의 강인한 카리스마와, 국가의 운명을 짊어진 인물로서의 비장함은 스크린을 압도하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황정민은 정우성과 같은 작품에서 국군보안사령관 전두광 역할을 맡아 군사반란을 주도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는 캐릭터를 소화했다. 황정민은 냉철하고 야심 찬 인물 전두광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강한 몰입감을 주었다.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드러나는 긴장감과 위압감은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끌어들이며 복잡한 권력 관계 역시 작품의 무게감을 더했다.
최민식은 '파묘'에서 풍수사 상덕 역을 맡아 땅의 기운을 읽어내는 능력과 함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했다. 최민식이 연기한 상덕은 대한민국 최고 지관으로서 불길한 기운이 도사리는 묫자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초자연적인 현상과 맞닥뜨린다. 그는 풍수사로서의 고집스러움과 깊은 통찰력을 표현,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다. 최민식의 묵직한 연기와 특유의 카리스마는 관객들에게 묘한 불안을 선사하며 존재감을 한층 빛나게 했다.
▶ 깊은 감정선 섬세히 그려낸 여우주연상 후보들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각자의 작품에서 강렬한 감정선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배우들이 경합을 벌일 예정. 후보들은 복잡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올 한 해 스크린을 감동으로 물들였다.
고아성은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 역을 맡아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뉴질랜드로 떠나는 20대 후반의 여성을 그려냈다. 고아성은 계나의 혼란과 불안, 그리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한 용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자신만의 눈빛과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 고아성은 계나의 성장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청춘의 초상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김고은은 '파묘'에서 무당 화림 역을 맡아 초자연적인 현상과 맞서는 무당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파묘'는 개봉 3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오컬트 영화. 김고은은 영혼과 대치하는 화림의 복잡한 감정과 결단을 깊이 있게 연기했다. 화림으로서의 신념과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라미란은 '시민덕희'에서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조직을 추적하는 평범한 시민 덕희 역을 맡아 통쾌한 액션을 선보였다. 덕희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을 겪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끈질긴 추격을 펼치는 인물이다. 라미란은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이 캐릭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라미란만의 강인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며, 덕희의 성장과 복수를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
전도연은 영화 '리볼버'에서 모든 것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전직 경찰 수영 역을 맡았다. 수영은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갇혔다가 출소 후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직진하는 인물. 전도연은 수영이 내면에 지닌 독기와 슬픔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전도연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에 숨겨진 뜨거운 분노와 절박함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거대한 스크린을 압도시킨 연기력은 또 한 번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지닌 저력을 확인시켰다.
마지막으로 탕웨이는 '원더랜드'에서 어린 딸을 위해 AI로 복원된 자신과 다시 마주하는 엄마 바이리 역을 연기했다. '원더랜드'는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서비스를 소재로 한 영화로 탕웨이는 극 중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딸과 연결되고 싶은 엄마의 사랑과 그리움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했다. 탕웨이의 섬세한 연기는 바이리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며 따뜻하고도 슬픈 이야기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올해 제45회 청룡영화상은 이렇듯 깊이 있는 감정선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사로잡은 배우들의 경합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각각 후보들이 보여준 뛰어난 연기와 노력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 과연 누가 청룡의 영광을 차지할지, 결과가 더욱 기대된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