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등급제의 효과일까. FA 자격을 얻은 좌완 투수 임정호에 대한 여러 팀들의 관심이 쏠린다.
NC 다이노스 투수 임정호는 올 시즌이 끝난 후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성균관대 졸업 후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3라운드 전체 30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1990년생으로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지만, 그동안 좌완 불펜 투수로서 쌓은 확실한 커리어가 있다.
1군 데뷔 시즌인 2015년 80경기 48이닝을 던지며 14홀드를 기록했고, NC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20시즌에는 69경기 41이닝 2승2패 12홀드 평균자책점 4.61로 우승에 기여했다.
이후 부상과 부진, 팔꿈치 수술로 인한 재활 등 시련의 시기가 이어지다가 2023시즌 다시 필승조 좌완 투수로서의 위력을 되찾으며 15홀드를 기록했고, 올 시즌도 65경기에 등판하며 불펜진 한 축을 담당했다.
압도적인 성적이나 타이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 불펜 요원. 그것도 좌완 투수라는 장점이 임정호가 가진 매력이다. 여기에 FA 등급제 기준으로 C등급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올해 FA 시장은 불펜 투수 대란이라고 부를 정도로 불펜 투수들의 몸값이 폭등했다. 우완 필승조 장현식이 KIA 타이거즈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하면서 무려 4년 52억원 전액 보장을 받았다. 불펜 요원에게 50억원이 넘는 돈을 쓴 LG는 보상선수로 1차 지명 강효종까지 내주는 출혈을 겪었다.
롯데 자이언츠도 내부 핵심 불펜 투수들인 김원중과 구승민을 잡는데 성공했지만, 각각 4년 최대 54억원(김원중) 2+2년 최대 21억원(구승민)의 조건으로 적지 않은 지출을 감당했다.
SSG 랜더스 또한 40대 불펜 투수인 노경은과 FA 계약을 체결하면서 2+1년 최대 25억원이라는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을 내밀었다.
전반적으로 몸값이 높은 불펜 투수들이 이목이 쏠리면서, 임정호를 비롯한 김강률, 이용찬, 문성현 등 나머지 선수들이 초반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대어급 FA 선수 가운데 최원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계약이 마무리 됐다.
이제 구단들도 그 다음 구상에 돌입하는 시점인만큼 시장에 남아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영입 계산기를 두들겨볼 수 있다. 여전히 불펜 투수들에 대한 수요가 있다. 김강률 또한 몇몇 구단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임정호 역시 복수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복수의 야구계 관계자는 "우리도 관심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영입이 쉽지 않다", "지금 여러 구단이 임정호 측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원 소속팀인 NC도 임정호 측과 한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지만,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몸값이 급등하면 잔류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C등급 선수인만큼 보상 선수에 대한 부담이 적다. 왼손 불펜 보강을 필요로하는 팀에게는 충분히 고려해볼만 한 카드다. 과연 임정호의 행선지는 어디일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