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내년엔 (박)해민이가 좀 더 쉴 수 있을 것이다."
LG 트윈스의 올시즌 아쉬웠던 점은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는 점이다. LG는 9명의 주전이 확실한 팀인데 이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벤치 멤버들이 주전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어야 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주전들이 충분히 쉬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올시즌 주전들의 뒤를 받쳤던 벤치 멤버들의 타격이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졌다.
몇몇 선수는 성적이 좋지 않아 휴식이 필요해 보였으나 순위 싸움을 하는 팀 사정상 벤치 멤버들을 낼 수 없었다. 염 감독은 "어차피 나가서 아웃될 바에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고참들이 나가는게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육성도 중요하지만 성적이 나야 육성도 된다는게 내 지론이다. 첫번째가 성적이고 그 다음이 육성이다. 같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해민도 쉬지 못한 케이스다. 박해민은 올해 타율 2할6푼3리(482타수 127안타)에 그쳐 지난 2019년 2할3푼9리 이후 가장 낮은 타격 성적을 올렸다. 그런데 144경기 모두 출전했다. 이 중 16경기만 교체 출전이었고 128경기는 선발로 나섰다. 박해민의 타격이 좋지는 않았지만 중견수로서 수비수의 가치가 높다보니 그를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박해민도 쉬면서 타격을 재조정할 시간이 있었다면 타격을 회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7,8월에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가 9월 이후에 좋아졌다.
그러나 염 감독은 내년시즌엔 박해민에게도 휴식의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박해민을 대신할만한 선수를 찾았기 때문이다. 바로 올시즌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한 최원영(22)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2차 6라운드 57순위로 LG에 입단한 최원영은 올해 시범경기서 염 감독의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얻은 1군 무대에서 죽기 살기로 뛰는 모습에 염 감독이 기회를 주기로 한 것. 당시 육성 선수 신분이었던 최원영은 5월이 되면서 정식 선수가 됐다. 주로 대주자로 나섰고 외야수비도 한 최원영은 57경기서 타율 2할7푼(41타수 10안타) 1홈런 5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합류했으나 경기에 나가지는 못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선 타격 강화를 위해 김범석이 포함되며 아쉽게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최원영은 이후 울산 폴리그에 나갔고, 끝난 뒤엔 이천으로 돌아와 하루 7시간 타격의 마무리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염 감독은 "최원영이 치는 게 엄청 좋아졌다"면서 "올시즌 (박)해민이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원영이에게 투자를 했는데 타격이 그리 좋지 않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마무리 캠프에서 꽤 좋아졌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최원영의 수비 능력이 박해민만큼 성장할 수 있는 선수로 봤다. 그리고 대주자를 한 것처럼 도루 능력도 있어 타격만 받쳐주면 향후 외야 주전에 도전할 수 있는 유망주다.
최원영이 기대대로 내년시즌 타격에서도 성장을 보인다면 박해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박해민의 타격 상승도 도울 수 있다. 지난해 신민재의 경우 시즌 초에 대주자로 출발했으나 2루수 주전이 됐고 올해는 국가대표로 프리미어12에두 출전했다. 최원영에게도 박해민의 대체 선수로 출발해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