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K리그는 울산 HD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만년 2위'의 설움을 떨쳐버린 것은 2022년이었다. 17년 만의 K리그1 정상에 올랐다. 숱한 눈물의 세월을 견뎠기에 환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 축구판의 불문율과 같은 격언이다. 울산은 그 봉우리를 사뿐히 넘고, 또 넘었다. 2023년도, 올해도 K리그1 챔피언은 울산이다. '왕조의 문'을 연 울산의 화려한 대관식이 23일 홈 문수축구경기장을 수놓았다. 엔딩 또한 더할 나위 없었다. 무려 6골이 쏟아졌다. 울산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최종전에서 수원FC를 4대2로 물리쳤다.
울산은 지난 1일 일찌감치 3년 연속 우승을 확정했다. 2연패에 이어 3연패도 창단 후 최초다. 1996년, 2005년과 함께 통산 다섯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기업구단인 일화 시절의 성남FC(1993년~1995년, 2001년~2003년)와 전북 현대(2017년~2021년)에 이어 세 번째로 3연패를 달성한 '왕조 구단'으로 우뚝섰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42)도 약속을 지켰다. 그는 지난해 홈경기장을 찾아 처음으로 정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정 부회장은 서포터스를 향해 "팬 여러분 감사드린다. 2022년 시즌도, 2023년 시즌도 마지막 우승팀은 울산 현대였다. 가슴에 별 4개가 10개가 될 때까지 함께 뛰겠다. 오늘 우리가 챔피언이다"라고 환호했다.
'우승 별' 1개가 더 추가됐다. 정 부회장은 올해는 '축제의 장'을 제대로 즐겼다. 그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인 권오갑 HD현대 회장, 김광국 울산 대표 등과 나란히 서서 챔피언들을 맞았다.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선사했다. 주장 김기희가 권 총재로부터 우승 트로피를 받은 후 하늘높이 들어올리자 꽃가루와 축포가 춤을 췄고, 문수벌은 '축구 천국'이었다. 정 부회장은 그 사이에서 새 왕조의 탄생을 알렸다.
서포터스들과 함께 한 '우승 파티'는 두 배의 감동이었다. "정기선"을 연호하는 함성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울려퍼졌다. 개구진 일부 선수는 "보너스"를 외쳐 미소를 머금게했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은 후 마이크를 잡은 정 부회장은 "울산 HD가 우승을 했다. 3연패를 하면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벅차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감독님, 선수단 여러분과 우리 열심히 응원해주신 '처용전사'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우리 울산 HD가 써갈 역사를 함께 뜨겁게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또 다른 '선물'이 날아들었다. 김영권이 정 부회장에게 샴페인 세례를 퍼부었다. 그는 '더 해달라'는 제스처로 정상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정 부회장의 부친 정몽준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 축구계의 리더로 한국 축구 발전에 공헌했다. 대한축구협회장과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지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는 정몽준 이사장의 작품이었다. 정 부회장은 비로소 '축구의 맛'을 제대로 알아가는 분위기였다. 그는 이날 VIP석인 아닌 일반 관중들과 호흡하며 경기를 지켜봐 중계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울산은 내년 더 큰 무대에 도전한다. 아시아를 대표해 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한다. 클럽월드컵은 내년 새롭게 단장한다. 매년 대륙 챔피언과 개최국 등 소규모로 열렸다가 월드컵처럼 4년에 한 번씩 32팀이 참가해 지구촌 최고의 클럽을 가린다. 기존 월드컵과 진행 방식도 똑같다. 유럽에선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맨시티, 첼시(이상 잉글랜드),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생제르맹(프랑스), 유벤투스, 인터밀란(이상 이탈리아) 등 12개팀이 출전한다. 아시아에선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 우라와 레즈(일본)에 이어 울산과 알아인(아랍에미리트)이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울산이 세계적인 클럽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다. 그 정점에 정 부회장이 있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