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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없이 떠나지만, 후배들이 걸린다 "이런 시간 견디면 열매를 맺는다"[장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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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금 이 시간도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봐요."

'캡틴' 한수지가 웃으면서 코트를 떠났다. GS칼텍스는 지난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홈 경기를 앞두고 한수지의 은퇴식을 개최했다.

전주 출신인 한수지는 전주 근영중-근영여고를 졸업한 후 2006~2007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GS칼텍스의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으로 입단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GS칼텍스에서 첫 시즌을 보낸 후 보상선수로 현대건설로 이적했고, 이후 다시 KGC인삼공사를 거쳐 GS칼텍스에 복귀했다. 입단 당시 1m83의 장신 세터였던 한수지는 인삼공사에서 뛸 당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세터로도, 미들블로커로도 국가대표 태극마크를 단 여자배구 최초의 선수다.

GS칼텍스로 복귀한 이후 맏언니 역할을 했던 한수지는 2022~2023시즌 리그 블로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2023~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남편과 함께 은퇴식 행사에 참석한 한수지는 시종일관 밝은 얼굴이었다. 은퇴식에 앞서 구단에서 준비한 그동안의 선수 시절 모습이 담겨있는 영상을 보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한수지는 "구단에서 영상 준비하실 때 제가 우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고 하시는데, 막상 저는 영상을 보는데 (제 모습이)만족스러워서 웃음이 났다"면서 "구단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더 기억에 남을 만한 은퇴식인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눈물 대신 "정말 후련하다"며 밝게 웃었다. 최선을 다해 선수 생활을 했기에 조금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

한수지는 "두 포지션으로 모두 국가대표를 간 게 제가 처음이다. 나름 기록이라면 기록일 수 있다. 만족스럽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포지션 변경'을 꼽았다.

"이전에 이성희 감독님도 포지션 변경을 제안해주셨었는데 그땐 자신이 없었다. '저는 그냥 하던게 좋아요'하고 세터를 했었는데, 이후 서남원 감독님께서 권유를 해주셨고, 결정하고 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한 한수지는 "포지션 변경 후 첫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잘했다기보다는 그때 배구가 너무 재밌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미소지었다.

이제 제 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방을 닦고, 헬스장에 운동을 가면서 지내고 있다"는 한수지는 "이제 나이가 있으니 2세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결혼 7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엄청 싸웠다. 다들 결혼하면 싸운다고 하더니 이제야 그 뜻을 알 것 같다. 이제는 좀 적응이 돼서 잘지내고 있다"며 웃었다. 이날 은퇴식에 함께 참석한 남편과는 나란히 앉아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남편은 이날 시구자로 나섰다.

코트는 미련없이 떠나지만 후배들을 두고 가는 마음은 짠하다. 리빌딩 중인 GS칼텍스는 올 시즌 1승8패로 최하위에 처져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정관장에 2대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한수지는 플레이 하나 하나에 안타까워했다.

한수지는 GS칼텍스 후배들에게 "지금은 리빌딩을 하는 과정 중에 있으니까 이런 시간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이런 시간들을 견디고 버텨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따뜻한 인사를 남겼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