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리그 역사를 통틀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십 대 신인 선수인 양민혁(18·강원)의 토트넘 라이프가 이제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양민혁은 23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38라운드 최종전 홈 경기를 끝마치고 방송 인터뷰에서 토트넘 합류와 관련된 질문에 "12월16일에 (영국으로)출국한다"고 구체적인 날짜를 공개했다.<스포츠조선 11월14일 단독보도>
3주 남짓 짧은 휴식 후 바로 런던으로 출국해야 하는 양민혁은 "토트넘에서 조기 합류를 요청했다"며 12월말로 예정된 기존 합류 날짜보다 빠르게 새 팀에 합류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뒤, "휴식과 운동을 겸하면서 빨리 합류해 (새 팀에)적응하는데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회복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토트넘은 지난여름에 야심차게 영입한 2004년생 신예 윙어 윌손 오도베르와 브라질 국가대표 윙어 히샬리송이 부상으로 쓰러졌고, 티모 베르너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7월말 400만유로(추정이적료)를 들여 영입한 양민혁에게 조기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프치히에서 1년 임대로 데려온 베르너는 내년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임대 조기 해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스 출신 신예 마이키 무어가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게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해 날개 자원 자체가 부족한 터라 양민혁은 예상보다 빠르게 출전 엔트리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랜스퍼마르크트'의 아시아 축구 전문가 티베리우스 라지에예프스키는 21일 "양민혁은 지난 12개월 동안 모든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선수"라며 "불과 반년 전 첫 프로계약을 맺은 양민혁은 강원에서 대체불가의 선수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기록을 깼다. 그의 일관성은 놀랍다. 많은 상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민혁은 자연스레 손흥민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몇 가지 확고한 유사점이 있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스피드를 지녔고, 수비수를 상대하는 것을 좋아한다. 양쪽 발을 모두 편안하게 활용하기도 한다"고 손흥민과 유사점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자세히 살피면, 플레이스타일과 접근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신체적으로 다르고, 공격 포지션도 다르다. 양민혁은 좁은 공간에선 조금 더 센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토트넘이 지속적인 부상 문제를 겪는 것이 양민혁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18세의 나이에 지구 반대편에서 적응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겠지만, 같은 클럽에 같은 나라 선수가 있으면 아무래도 적응이 쉬울 것이다. 토트넘의 비교적 젊은 선수단은 이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양민혁은 강원 유니폼을 입고 나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왜 토트넘이 자신을 영입했는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어김없이 오른쪽 공격수로 출전한 양민혁은 전반 35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에 1대0 승리를 안겼다.
강원은 19승7무12패 승점 64점을 기록하며 같은시각 서울에 패한 김천을 끌어내리고 구단 최고 성적인 2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아시아클럽대항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해 준프로 신분으로 데뷔해 6월 정식 프로 계약을 체결한 양민혁은 3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12골6도움을 기록하며 '강원 동화'에 일조했다.
출전, 득점 등 구단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운 양민혁은 K리그1 최우수선수상과 영플레이어상, 베스트일레븐 후보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29일로 예정된 K리그1 대상 시상식은 양민혁이 강원 소속으로 참가하는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될 전망.
올 시즌 양민혁을 발굴한 윤정환 강원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1년 동안 (양민혁을)아들로 생각하며 지내왔다"고 말한 뒤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고, 잘하길 바라겠다."
경기 후 강원 선수단, 팬들과 환송회를 진행한 양민혁은 "마지막 경기 승리로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내가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는데, 다행히 한 골로 팀이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감사한 해였다. 좋은 스태프, 동료들이 좋은 인연을 만들어줘서 좋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내 축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많이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