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2022년 11월 일본 스포츠매거진 넘버와의 인터뷰에서 "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의 전당(HOF)에 오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입성 시기를 맞췄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포스팅 당시 23세였던 그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2년을 더 뛰고 25세를 채운 뒤 메이저리그를 노크하면 수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도 앞날이 보장되지도 않고 오히려 6년을 더 뛰어야 FA 자격이 주어지는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입단 이후 차근차근 자신의 목표를 이뤄나갔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돌아와 2021년 본격적으로 '투타 겸업' 신화를 쓰기 시작하더니 2023년까지 3년 동안 역사상 그 누구도 밟은 적이 없는 고지들을 하나씩 정복해 나갔다. 2021년과 2023년 만장일치로 AL MVP에 오른 그는 지난해 말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다저스로 이적했다.
6년을 고생한 끝에 상상하기도 어려운 많은 돈을 벌게 됐고, HOF에 들어가도 손색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그런데 다저스 이적 후 첫 시즌인 올해 오타니는 '투수'는 잠시 접어두고 '타자'로만 출전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 50홈런-50도루 클럽을 창설했고, 그리고 꿈에 그리던 월드시리즈 무대도 밟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각)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투표 기자단 30명 전원으로부터 1위표를 받아 총점 420점 만점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생애 세 번째 MVP에 등극했다. 역사상 7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오타니와 같은 업적을 이뤄낸 스타는 없었다.
'최초'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우선 1973년 지명타자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명타자가 MVP가 된 것은 오타니가 처음이다. 당해 연도 WAR 부문 리그 1위에 오른 지명타자도 오타니가 최초다.
또한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즉 NFL, NBA, NHL까지 합쳐 만장일치 MVP를 3차례나 달성한 예도 없다. 두 차례 만장일치 MVP도 없었으니, 이 기록은 이미 지난해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주목할 것은 HOF 관련 통계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MVP를 세 차례 차지한 선수는 오타니 이전 11명이었다. 그들 중 HOF 자격을 갖추고도 입성하지 못한 선수는 배리 본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 둘 뿐이다. A로드는 아직 7년의 기회가 더 남았지만, 3년 연속 30%대 중반의 득표율에 머물러 75%를 채우는 건 매우 어려워 보인다.
다시 말해 오타니는 통계적으로도 HOF 입성을 예약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3차례 MVP에 오른 앨버트 푸홀스와 마이크 트라웃은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자격 첫 해에 HOF 헌액이 확실시 되는데, 오타니도 그 뒤를 따른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의 경우 HOF도 만장일치로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메이저리그 데뷔 후 7시즌 만에 3차례 MVP의 전설을 쓴 것은 스탠 뮤지얼에 이어 오타니가 두 번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전설적인 외야수였던 뮤지얼은 1943, 1946, 1948년 세 차례 NL MVP에 올랐다. 다만 뮤지얼은 군복무로 뛰지 않은 1945년을 포함하면 8년 만에 해당 기록을 달성했다. 데뷔 7년 내에 3차례 MVP는 오타니가 처음이라는 뜻이다.
널리 알려진대로 양 리그 MVP는 프랭크 로빈슨에 이어 두 번째인데, 연속 수상은 첫 오타니가 처음이다. 아울러 이전 소속팀과 새 팀에서 백투백 시즌 MVP는 본즈에 이어 두 번째다. 본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절인 1992년 MVP,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옮긴 1993년 MVP를 차지했다.
오타니는 "MVP를 이렇게 받게 돼 정말 기쁘다. 내 목표는 투수로서 던지고 공격에서도 공헌하는 것인데, 올시즌에는 던질 수 없어서 공격 쪽에서 좀더 집중할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결과가 좋아 이 상을 받게 됐는데,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새 리그, 새 팀으로 옮겨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NL에는 훌륭한 선수들이 정말 많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MVP가 된 것은 너무 특별한 기쁨이다. 자랑스럽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이처럼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