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피해자 손흥민 외면' 포스테코글루 '인종차별 가해자' 벤탄쿠르만 옹호 "최고의 사람이자 선수...구단 항소 결정 지지"

by

[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주장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남겼던 로드리고 벤탄쿠르만 옹호하는 인터뷰로 빈축을 샀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벤탄쿠르가 미디어 인터뷰에서 규칙 E3를 위반했기에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며 징계를 내렸다. 출전 정지 징계는 잉글랜드 대회에만 적용되며 벤탄쿠르는 대면 교육 프로그램에도 이수해야 한다.

이에 토트넘은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탄쿠르 징계에 항소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이번 주 초에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발표한 벤탄쿠르의 출전 정지 기간에 대해서 우리는 항소했다. 우리는 독립 징계 위원회가 벤탄쿠르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징계가 너무 엄중하다고 생각한다. 벤탄쿠르는 항소가 심리되는 동안 국내 대회 출전 자격이 정지된다.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1일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 벤탄쿠르만 챙겼다. 그는 "벤탄쿠르가 올해 우리와 함께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징계가) 실망스럽다. 그는 축구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수 중 한 명이었다"며 벤탄쿠르에게 내려진 징계를 자체를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벤탄쿠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선수다.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손흥민을 응원하면서 토트넘의 팬이 된 수많은 아시아 팬들을 실망시키는 발언이었다.

당연히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이게 징계는 피할 수 없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징계를 내린 선수 중 가장 큰 처벌을 내린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벤탄쿠르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토트넘이 벤탄쿠르가 본보기가 되었으며, 징계 수위가 너무 과하다면서 항소한 결정에 대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온전히 구단의 편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징계가 나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어떤 방식의 처벌이 나오든 간에, 이번에 징계의 심각성에 대해서 항소하려는 구단의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벤탄쿠르 징계가 과도하다는 구단의 입장과 자신의 생각이 똑같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손흥민에 대한 언급은 일절도 없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계속해서 "우리는 이를 통해 벤탄쿠르와 협력할 것이다. 징계 기간 내에 그가 모든 올바른 방식으로 우리의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 그가 뛸 수 있게 되면 출전시키도록 할 것이다"며 벤탄쿠르만 챙겼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머릿속에는 피해자 손흥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징계가 나온 이후로 나는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는 우루과이로 떠났고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가기 전에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했다. 당시 내가 말했듯이, 벤탄쿠르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알고 있다. 그는 어떤 방식의 징계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 구단은 그를 지원할 것이다"고 덧붙였다.벤탄쿠르를 돕는 걸 넘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인성적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벤탄쿠르를 알기 때문에 내가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는 그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팀 동료다. 그는 실수를 저지른 최고의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우리의 역할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어떤 방법으로든 벤탄쿠르를 돕는 것이다"며 벤탄쿠르의 인성을 극찬했다.

토트넘 감독 입장에서 핵심 선수인 벤탄쿠르의 7경기 징계는 분명히 큰 손해다. 벤탄쿠르가 빠지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엔 이브 비수마만 남기 때문에 부상 변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벤탄쿠르를 정말로 아끼고 있기에 백번 양보해서 선수를 옹호하는 발언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하지만 이번 인터뷰 중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토트넘도 이번에 항소를 진행하면서 유죄 판결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구단에서도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했다. 즉 토트넘도 벤탄쿠르의 행동으로 인해서 손흥민이 상처를 입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벤탄쿠르를 지지하고, 옹호해주기 전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마음을 보담아주는 발언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발언만 들어보면 마치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은 선수가 벤탄쿠르처럼 느껴질 정도다. 사람으로서도, 선수로서도 최고인 선수가 불합리한 징계를 받아서 뛰지 못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지하는 것처럼 벤탄쿠르가 정말로 인성이 좋은 사람일까. 이번 징계 과정을 되돌아보면 막상 그렇게 다가오지도 않는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가 어떠한 징계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지만 기소 후 내막을 들여다보면 벤탄쿠르는 인종차별 행위 자체를 인정하지도 않았다. 영국 디 애슬래틱에 따르면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구성한 독립 위원회는 벤탄쿠르에게 소명의 기회를 줬다. 벤탄쿠르는 문서를 통해 소명했다. 그 보고서 안에는 '완전히 부적절한 일반화 발언을 한 기자를 유쾌하고, 익살스럽게 꾸짖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말했다고 적혀있었다.

벤탄쿠르는 자신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 게 아니라 자신에게 질문을 했던 우루과이 기자가 손흥민을 '한국인'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에 그 기자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가졌다고 해명한 것이다.

이런 해명은 납득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독립 위원회에서도 벤탄쿠르의 해명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3자가 보기에도 벤탄쿠르의 발언은 공격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인종차별적인 언행이었다. 또한 벤탄쿠르는 지난 5월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 경기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자신을 교체하자 벤치로 들어가서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행위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바로 옆에 동료인 브리안 힐이 앉아있는데도 마치 슈팅을 하는 것처럼 의자를 향해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동료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화풀이를 시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전에서 선수와 관중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을 때 관중석을 향해 물병을 던져서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동료들을 보호하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사람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 이런 선수를 최고의 인성을 가진 사람이자 동료라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