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는 올시즌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컸다. 주전 타자 9명 중 부상으로 출전 경기수가 적었던 오지환과 문성주만이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고, 나머지 7명이 규정 타석을 채웠다. KIA 타이거즈와 함께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가 가장 많은 팀이었다. 키움은 송성문 김혜성 이주형 최주환 등 4명 뿐이었다.
그만큼 주전이 확실하다는 얘기지만 반대로 돌리면 이 주전을 이길 선수가 없다는 뜻도 된다.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크다.
LG에서 주전을 제외하고 100타석 이상 친 선수는 구본혁(133경기 389타석)과 김범석(70경기 180타석) 허도환(59경기 105타석) 뿐이었다.
팬들은 타 팀에서 유망주들이 기회를 얻어 크는 것을 보며 염경엽 감독이 주전들만 쓴다는 쓴소리를 했다.
염 감독도 주전들의 경기 출전이 너무 많았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 역시 자신의 책임임을 밝혔다. 그런데 염 감독은 주전들의 경기력을 위해 오히려 휴식을 강조하는 감독이다. 휴식을 해야 좋은 컨디션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런 그가 올시즌 주전들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유망주를 키우려 했던게 오히려 주전을 더 많이 쓰는 역효과로 온 것. 염 감독은 "결국은 내 실수다. 김민성 정주현 등 고참급들을 너무 빨리 빼버렸다. 유망주들이 좀 더 올라온 뒤에 세대교체를 했어야 했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베테랑들을 보냈다"라고 했다. 지난시즌이 끝나고 정주현은 은퇴를 결심하고 지도자가 됐고, 김민성은 FA를 선언하고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롯데 자이언츠로 떠났다. 사실 염 감독과 구단이 잡고 싶었다면 잡을 수도 있었을 것.
하지만 지난시즌 우승을 한 뒤 다음 세대를 생각한 염 감독은 베테랑들을 떠나 보내고 그 자리에 유망주들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유망주들이 기회만 준다고 큰다면 다른 몇몇 팀은 벌써 강팀이 됐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은 그만큼 유망주를 키우는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LG도 그랬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다른 선수가 나갔을 때 차이가 너무 컸다.
몇몇 팬들은 성적이 안좋은 주전도 계속 쓴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에 염 감독은 "어차피 나가서 아웃될 바에는 상대가 조금이라도 까다롭게 생각하는 고참들이 나가는게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육성도 중요하지만 성적이 나야 육성도 된다는게 내 지론이다. 첫번째가 성적이고 그 다음이 육성이다. 같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적이 좋은 팀은 유망주가 실수를 하거나 부진해도 다른 선수들이 잘해서 나쁜 것이 묻힌다. 그만큼 유망주들이 부담없이 경기에 나갈 수 있고, 승리 경험이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다.
LG는 올시즌 불펜 불안과 타격의 기복으로 인해 1위 싸움에서 뒤쳐졌고, 그런 성적에 대한 부담이 유망주 육성에는 장애물이 됐다. 올해 기회를 많이 받았고, 초반에 좋은 성적을 냈던 김범석은 한달 정도가 지난 이후 분석이 되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마무리 훈련에서 하루 7시간, 1000번의 배팅으로 유망주들의 타격에 신경을 쓴 염 감독은 "올해 (김)범석이나 (이)영빈가 경험을 쌓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 훈련하는 것을 보면 (송)찬의, 영빈이, 범석이, (문)정빈이, (김)민수 등 많이 좋아진 모습이다. 내년엔 이들이 주전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