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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BMI 17.1인데"…비만치료제 '위고비' 묻지마 처방에 단 41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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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달간 오남용 우려 지속에도 여전히 무분별 처방…"사실상 온라인 판매"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키와 몸무게를 묻지도 않았다. 심지어 용량을 늘려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출시 한 달을 넘긴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묻지마 처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가 지난 19일 온라인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자 의사는 통화 41초 만에 위고비 처방전을 내줬다.
해당 의사는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하더니 "몇 개 처방을 원하느냐"며 바로 0.25㎎ 1개를 처방해줬다. 다만 "약을 사면 설명서를 꼭 읽어보시라"고 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의사는 기자가 저용량의 위고비를 요청하자 "용량을 늘릴 생각은 없으신가요?"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냥 식욕 조절하고 현재 몸무게 유지 목적으로 쓰시는 거죠?"라고 묻더니 통화를 시작한 지 약 54초 만에 처방전을 발급했다.
해당 의사의 온라인 앱 소개란에는 위고비 처방 목적으로 진료를 신청할 때 키, 몸무게 및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기재해야 한다고 적혀있지만 기자는 이를 작성하거나 말하지 않고도 처방받는 데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못했다.
세 번째 비대면 진료를 본 의사에게서는 곧장 위고비 1㎎ 1개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처음 위고비를 사용하는 만큼 본래 0.25㎎에서 차츰 용량을 늘려나가야 하는데도 바로 3단계 용량을 처방해준 것이다.
이날 기자는 하루 만에 총 3명의 의사에게서 위고비를 처방받았다. 오직 한 의사만이 기자에게 키와 몸무게를 묻더니 "위고비 처방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다"며 진료를 취소했다.
위고비는 국내에서 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을 동반한 과체중 환자에 처방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기자의 체질량지수(BMI)는 17.1로 저체중에 해당한다. 저체중 혹은 정상체중인 사람이 위고비를 이용할 경우 같은 용량의 약물에도 더 큰 효과가 나타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지난달 15일 국내 출시된 위고비에 대한 오남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연구·개발한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주로 과체중·비만 환자의 체중 관리 혹은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치료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살 빼는 약'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사용해 '머스크 다이어트약'으로도 유명하다.
국내 출시 이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위고비를 사용하며 체중을 얼마나 감량했는지 기록하는 '위고비 브이로그', '위고비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사가 직접 찍은 체험기도 있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혼식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이모(29) 씨는 "위고비 사용 후 처음 이틀은 먹기만 하면 체했다"며 "몸이 튼튼한 편인데도 위고비(주사)를 맞은 뒤 눈앞이 흐려지면서 쓰러질 뻔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사용을 중지했다"고 했다.
위고비는 오남용 시 구토, 변비, 설사, 복부 팽만감이나 흡인성 폐렴, 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가 확산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위고비 처방 시 충분한 진료 등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각 병원에 발송했다. 대한비만학회와 대한의사협회도 위고비 오남용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김경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사실상 비대면 진료가 아니라 온라인 판매가 이뤄지는 상황으로, 이는 비대면 진료의 진정한 취지와 맞지 않다"며 "비만 약물치료를 일부만이라도 급여화해 정부가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inki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