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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홀딩스 자사주 재단 출연에 논란 확산…"주주가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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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주주 공개 비판에 거버넌스포럼도 "우호지분 확보 꾀하는 것"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HL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HL홀딩스가 발행주식 총수의 약 4.6%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을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하기로 한 결정을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사회적 책무 실행을 위해 자사주 47만193주를 추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이사회 결의일 전 거래일(11월8일) 종가 기준 163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회삿돈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을 무상으로 재단에 증여하는 셈인데,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비영리재단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최대주주 정몽원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노린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과 물밑에서 소통하며 우호적인 행동주의를 펼쳐온 VIP자산운용도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VIP자산운용은 HL홀딩스 지분 10.41%를 소유한 2대주주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가는 163억원이지만 저평가된 회사의 가치로 보면 장부가 기준 500억원이 넘는 규모인데 이렇게 빠져나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HL홀딩스 이사회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주주들에게 사과하고 자사주 출연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결의로 재단에 넘길 자사주는 HL홀딩스가 2020∼2021년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매입한 자사주(56만720주)의 83.8%에 해당하는 물량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논평을 내고 HL홀딩스의 자기주식 재단 출연은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투자자 이익보호를 중시하는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전문가들은 일부 상장사들이 '사회 환원'이라는 명분으로 재단에 자사주 무상 증여라는 방법을 통해 우호 지분 확보를 꾀하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한다"며 "자기주식은 소각하지 않으면 지배주주 지배권만 강화되고 일반주주는 전혀 혜택이 없다"고 꼬집었다.
HL홀딩스의 자사주 재단 무상 출연은 두산밥캣과 고려아연 사태에 이어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재계는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번 이사회 결정은 상법 개정을 둘러싸고 예민한 시점에 이뤄졌다"면서 "이사회 안건에 대해 찬성한 4명의 HL홀딩스 사외이사들에게 선관주의 입장에서 일반주주 이익 침해 여부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nora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