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피해자인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절친'인 팀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선처를 호소했지만 중징계는 불가피했다.
벤탄쿠르는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혐의로 벤탄쿠르에게 국내 대회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FA는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독립 규제위원회는 이것이 증거가 있다고 판단하고 심리 후 그에게 징계를 부과했다"라고 발표했다. 벤탄쿠르는 출전 정지와 함께 10만파운드(약 1억7700만원)의 벌금 징계도 받았다.
토트넘은 FA의 징계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 항소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20일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7경기 출전 정지 처분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A는 지난 9월 논란의 인터뷰를 한 벤탄쿠르를 '중대한 위반을 했다'며 기소했다. 우루과이 출신인 그는 지난 6월 자국 방송에 출연,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하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논란이 됐고, 벤탄쿠르는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쏘니, 일어난 모든 일에 미안하다. 그건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널 사랑한다. 절대 널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않나. 사랑한다'고 했지만 '성난 팬심'은 식지 않았다.
손흥민이 오프시즌인 휴식기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고, 이를 알고 사과했다'며 '그는 의도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 우린 형제이고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일을 이겨낼 것이고, 단합할 것이며, 프리시즌에 함께 뭉쳐 하나가 되어 우리 클럽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스포츠계 차별 철퇴를 위해 싸우는 '킥잇아웃(Kick it out)'은 우려를 나타냈다. '킥잇아웃'은 '우리는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 이에 관한 보고서는 이미 클럽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고 발표했다.
'킥잇아웃'은 또 '우리는 벤탄쿠르가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 및 더 넓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이러한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킥잇아웃'은 이날 FA의 결정에 환영했다. '킥잇아웃' 대변인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FA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모욕에 책임을 묻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상당수의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를 향한 학대가 관련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커뮤니티의 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의 항소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징계가 유지될 경우 벤탄쿠르는 12월 중순까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맨시티, 풀럼, 본머스, 첼시, 사우스햄튼, 리버풀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물론 맨유와의 카라바오컵 8강전에도 결장한다.
벤탄쿠르는 '박싱데이' 주간인 다음달 27일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야 복귀할 수 있다. 다만 국제대회인 유로파리그(UEL)에는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살인적인 일정의 토트넘은 비상이다.
손흥민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는 지난 9월 UEL 카라바흐FK전을 앞두고도 벤탄쿠르를 감쌌다. 손흥민은 "FA가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벤탄쿠르를 사랑한다"며 "우리는 좋은 추억이 많다. 그는 사건 직후 사과했다. 나는 집에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가 나에게 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진심이 느껴졌다. 이후 팀에 복귀해서 다시 만났을 때 벤탄쿠르는 정말 미안해 했다. 벤탄쿠르는 나에게 거의 울면서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고 옹호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실수한다. 거기에서 배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아시다시피 그는 실수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다. 함께 나아갈 뿐"이라고 했다.
한편, 토트넘의 벤 데이비스는 FA의 결정을 존중했다. 웨일스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그는 "뉴스로 접했다. 다른 사람들도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토트넘에서 내부적으로 다뤄졌던 일이 이제 바깥에서도 다뤄지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트넘은 팀으로서, 우리는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일들을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A매치 휴식기가 끝났다. 토트넘은 브레이크 직전인 11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끝난 입스위치 타운과의 2024~2025시즌 EPL 11라운드에서 1대2로 패했다. 입스위치는 올 시즌 1부로 올라온 승격팀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5무5패, 단 1승도 없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그것도 안방에서 '첫 승'의 제물이 됐다. 토트넘은 입스위치를 꺾을 경우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5승1무5패(승점 16)에 머물며 10위로 추락했다.
산넘어 산이다. 토트넘은 24일 맨시티와 EPL 12라운드를 치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