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히 없으니, 할 만 하네.
OK저축은행이 오랜 만에 승리, 승점을 쌓았다. 악재가 발생한 상대를 만나, 집중력을 발휘해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OK저축은행은 20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23, 20-25, 25-20, 25-23)로 승리하며 시즌 두 번째로 승수를 쌓았다.
지난달 29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3대1 승리를 거둔 후 승리가 없었던 OK저축은행. 1승6패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 승점 3점을 챙기며 KB손해보험과 똑같은 승점 7점으로 균형을 맞췄다.
외국인 선수 루코니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다. 급하게 크리스로 바꿨지만, 그마저 큰 위력이 없었다. 총체적 난국이던 OK저축은행에 우리카드전은 기회였다. 상대 주포이자 주장인 외국인 선수 아히가 큰 발목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오기노 감독은 신중했다. 그는 "우리카드는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아히가 없으면 오히려 토스가 고르게 분산될 것"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1세트 아히를 대신해 들어온 이강원이 시작부터 좋은 활약을 해주자, 오기노 감독의 말이 맞아들어가는 듯 했다. 왼쪽에 김지한과 알리가 위력을 발휘하는 가운데, 이강원까지 포인트를 해주니 OK저축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세트 중반 11-16까지 밀렸다.
하지만 세터 이민규의 블로킹 쇼에 상대 범실 등으로 야금야금 추격에 성공한 OK저축은행은 21-21 동점을 만들더니, 상대 김완종의 범실로 기어이 22-21 역전까지 만들어냈다. 그 기세로 1세트를 잡아냈다.
하지만 우리카드도 그냥 질 수 없었다. 2세트 김지한과 알리가 상대 코트를 맹폭하며 25-20 비교적 손쉽게 세트를 가져왔다.
운명의 3세트. 혼전 양상 3세트를 가져가는 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카드가 16-15로 앞서던 상황 OK저축은행이 어이없는 포지션 폴트를 범하며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여기서 잠잠하던 신호진이 대폭발했다. 세터 이민규는 신호진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그쪽으로 공을 몰아줬다. 당황한 우리카드는 알리가 범실을 저지르고, 김지한의 공격까지 막히자 답이 없었다.
우리카드는 4세트 한성정을 투입하며 활로를 개척하려 했다. 세트 초반 다시 앞서나갔다. 하지만 기세를 탄 OK저축은행은 무서웠다. '4세트의 사나이'는 송희채였다. 신호진도 3세트에 이어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줬다. 오기노 감독은 맥 없는 외국인 선수 크리스를 아예 빼버리고 경기를 풀었다. 그러자 코트에 더욱 활력이 돌았다. 21-20 리드 상황서 신호진의 블로킹이 터졌고, OK저축은행은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
여러 선수들이 승리에 공헌했지만, 이민규의 6개 블로킹이 천금 가치였다. 경기 초반 흐름 싸움에서 상대에 밀리지 않는 힘을 제공했다. 1m91 장신 세터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됐다. 오랜만에 코트에 오랜 시간 모습을 드러냈는데, 토스도 나쁘지 않았다. 확실한 에이스가 없으니 장빙롱(14득점), 송희채(11득점), 신호진(11득점), 박창성(10득점), 크리스(7득점), 박원빈(6득점) 등 고르게 득점이 분포됐다.
우리카드는 에이스 김지한(17득점)이 분전했지만, 초반 좋았던 알리(13득점)가 경기 중후반 주춤하며 패배의 쓴맛을 봐야했다. 이강원(6득점)과 김형근(7득점)의 아포짓스파이커 포지션 한계도 확실히 보였다. 팀 범실에서 25-16으로 큰 차이를 보인 것도 뼈아팠다.
장충=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