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인구감소지역 여행상품 '인기'
(안동=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경북 안동은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나들이객에게 권하고 싶은 여행지다.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등 누구나 잘 아는 명소 이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관광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안동 등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는 당일 여행 상품을 운용한다기에 합류해 그 과정을 함께 했다.
◇ 고즈넉한 봉정사
첫 번째 목적지는 서후면 태장리의 봉정사(鳳停寺)다.
안동역에 내리니 안개가 자욱하다.
그러나 봉정사로 향하는 도중 안개는 사라져 버렸다.
안개 낀 봉정사를 상상했는데 볼 수가 없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봉정사에 도착해 누각 위에서 찬란한 가을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띠어졌다.
봉정사는 통일신라 시대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지난 1999년 방한한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했을 만큼 의미 있는 곳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당시 주지의 안내를 받으며 국보 15호인 극락전, 대웅전 벽화 등을 감상했다.
봉정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극락전(極樂殿)이 있다.
1972년 보수공사 때 고려 공민왕 12년(1363)에 지붕을 크게 수리했다는 기록이 담긴 상량문이 발견됐다.
그러므로 봉정사는 훨씬 이전에 지어졌을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 강한 불맛과 양념 맛 가득한 안동찜닭
점심 식사 메뉴는 안동 시내 구시장에 있는 안동찜닭이었다.
안동찜닭 골목이 형성돼 있는데, 그중 가장 붐비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안동찜닭의 정확한 연원은 확인되지 않는다.
제사를 지낸 뒤 남은 음식을 닭고기와 함께 간장으로 간을 한 뒤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조선시대 안동의 상류층들이 특별한 날 먹었던 닭찜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있다.
안동찜닭 골목의 식당들은 주방이 외부에 자리 잡고 있다.
손님들이 식당 입구에서부터 조리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찜닭이 곧 테이블에 올라왔다.
안동에서 맛본 찜닭은 서울에서 먹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톡 쏘는 강한 마늘 맛과 양념 맛이 다소 강하게 느껴졌지만, 감칠맛이 더했다.
게다가 당면도 많이 줘서 당면 사리를 추가하지 않아도 될 만큼 풍성했다.
◇ 줄 서서 인증사진 찍는 곳…만휴정
길안면에 있는 만휴정(晩休亭)은 조선 전기 때 문신인 김계행(金係行)이 말년에 독서와 사색을 위해 지은 별서다.
고즈넉한 건물로 연결된 통나무 다리와 떨어지는 폭포 등의 풍경이 동양적인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만휴정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배경이 된 곳이다. 정자 바깥쪽과 연결된 통로가 통나무 하나밖에 없다.
이곳에서 드라마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합시다, 러브. 나랑. 나랑 같이."
젊은 연인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던 이 대사는 만휴정 가는 길에 표지석으로 제작돼 있다.
통나무였던 다리는 시멘트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놨던 그 풍경은 그대로다.
젊은 세대들에게 외나무다리는 '원수를 만나는 곳'이 아니라, '사랑을 고백하는 곳'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관광객들은 제각각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외나무다리 앞에서 기다렸다 한 명씩 사진 찍는 일이 계속됐다.
때마침 한복 차림의 한 여성이 외나무다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 같았다.
◇ 붐비지 않는 고요한 사원…묵계서원
기왕 만휴정을 방문했다면 길안천 맞은편의 묵계서원을 빠뜨리면 아쉽다.
묵계서원은 김계행 등을 봉향하는 서원으로, 숙종 13년에 창건됐다.
1980년 6월 17일 경상북도 민속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도산서원이나 병산서원에 비해서 규모가 작지만, 관광객의 발걸음이 많지 않아 고즈넉한 풍경을 즐기기 그만이다.
다른 서원과 마찬가지로 누각이 정면에 있고, 가운데 넓은 마당이 있어 여러 가지 행사 치르기에도 좋다.
이날은 관광공사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팝 클래식 그룹 '수아브'의 공연도 열렸다.
공연을 즐긴 사람들은 마당에 깔아 놓은 지압 판에 발을 올려서 지압하거나 서원 주변을 둘러봤다.
서원은 특히 주변 경관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이 남녀 공용으로 한 칸밖에 안 된다는 점이었다.
◇ 원이 엄마 애절한 사모곡 전설 담긴 월영교
어둑어둑 밤이 찾아왔다. 관광공사 관광객들은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로 귀경했다.
기자는 안동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자 상아동 안동호 하류에 조성된 월영교(月映橋)를 찾았다.
이곳은 '원이 엄마'로 알려진 한 여성과 남편의 아름다운 사랑의 사연이 전해져 내려오는 명소다.
400여년 동안 무덤 속에 잘 보존돼 있던 편지는 지난 1998년 안동 시내 택지 조성을 위해 묘를 이전하던 중 발견됐다.
원이 엄마는 병에 시달리는 이응태라는 이름을 가진 남편을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 줄기 등으로 미투리를 만드는 등 정성을 다하지만 결국 남편을 잃고 만다.
편지에는 31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남편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애틋하고 숭고한 사랑이 절절히 담겨 있다.
월영교는 원이 엄마 부부의 애절한 사랑을 기리기 위해 미투리 모양을 담아 지난 2003년 세워졌다.
이 다리는 길이 387m, 너비 3.6m의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 인도교다.
월영교 인근에는 헛제삿밥을 파는 식당이 두 곳 있다.
이곳에 들러 오랜만에 헛제삿밥을 먹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실상 다른 데 있었다.
이 식당에서 파는 안동식혜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칼칼한 느낌이 나는 안동식혜를 몇 년 동안 맛보지 못해 그리웠는데, 무척이나 흡족하게 식혜를 즐길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한 프랑스 여성을 만났다. 그는 저녁 식사 장소로 구시장의 안동찜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버스에 같이 올라 점심때 먹었던 찜닭집을 안내해 주고 숙소로 향했다.
◇ 한국관광공사 인구감소 지역 여행 상품 '인기'
한국관광공사는 노랑풍선 여행사와 손을 잡고 인구감소지역 등 지방 소도시를 여행하는 당일 여행 상품인 '여행가는 가을, 여기로'를 이달 말까지 운영한다.
서울에서 기차 편으로 전국 각지로 향하는 당일 여행 상품이다.
기자가 참가한 여행상품은 안동역에 도착한 뒤 안동과 의성, 군위 가운데 한 곳을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이날 진행된 여행에는 모두 2천여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해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이들은 안동역에 내려 각각 80명씩 안동과 군위, 의성 등 3개 지역으로 가는 버스를 나눠타고 여행을 즐겼다.
관광공사는 이번 가을 모두 24개 여행지역을 둘러보는 관광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24개 여행지역 중 23개 지역이 인구감소지역이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