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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스포츠클럽 국대들이 해냈다!"2024오산월드컵,킨볼의 기적[다시 학교체육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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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킨볼 스포츠 월드컵-국제오픈 코리아(이하 킨볼 스포츠 월드컵)가 지난 11일 경기도 오산시에서 성료됐다. 킨볼 스포츠 월드컵은 3년마다 열리는 이 종목 최고 권위의 대회다. '종주국' 캐나다를 비롯 프랑스, 스위스, 일본, 중국, 벨기에 등 전세계 14개국 남자부 13팀, 여자부 12팀 국가대표들이 참가했고, 동호인 포함 전세계 킨볼러 1000여명이 오산에 집결했다. 격세지감이다. 2011년 오사카에서 열린 범태평양 킨볼 대회, 한국은 첫 국가대표를 파견했다. 캐나다, 일본 등 킨볼 강국과의 맞대결에서 대패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학교스포츠클럽의 태동기, 미래와 희망을 노래했다. 한국 킨볼은 2014년 학교스포츠클럽 종목으로 채택된 후 저변이 확대되고, 기술적으로 성장하면서 10년 만에 월드컵 개최라는 결실을 맺었다. 2024년 오산 킨볼월드컵, 13년 전 킨볼스포츠클럽 1세대가 협회 행정가, 심판, 감독, 교사로 성장해 대회 성공을 이끌었다. 학교스포츠클럽에서 배출된 국가대표 후배들은 코트에서 "옴니킨(Omnikin, 모두 함께 하는 신체활동)"을 외쳤다. 킨볼의 기적은 학교체육, 생활체육, 전문체육의 선순환을 목표 삼은 대한민국 체육이 가야할 길이다.

▶13년전 국가대표들의 열정이 일군 킨볼 월드컵

2011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범태평양 킨볼대회, 사상 첫 국가대표는 코리아컵에서 우승한 광양 백운중, 준우승한 백석대 특수체육과 학생들로 구성됐다. 처음 마주한 세계의 벽은 높았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축구선수들이 우리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일본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것 없다"며 눈을 빛냈다. '킨볼 1세대' 국대들은 한국킨볼협회를 중심으로 끈끈한 네트워크를 이어갔다.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선 심판으로 나섰고, 행정, 기획에도 직접 나섰다.

2024년 킨볼 월드컵 현장, 그날의 국대들을 재회했다. 2010년 백석대 특수체육학과에서 양한나 교수가 진행하던 수업 중 킨볼을 만나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배경규 한국킨볼협회 이사(35)는 킨볼월드컵 현장 기획과 행정을 맡고 있었다. 배 이사의 백석대 동기, 류강래 남자대표팀 감독(35)은 2011년 그날처럼 후배들과 함께 코트를 쉼없이 누볐다. 일본에게 지고 분해서 눈물을 글썽였던 '중학생 막내' 송민수군(29)은 어엿한 교사가 됐다. 지난해 해남 신아중 체육교사가 된 그는 심판으로 활약중이었다. 2014년 졸업 후 입사해 11년째 킨볼협회에서 일하는 배경규 이사는 "처음 킨볼을 시작했을 때 환경이 열악해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킨볼 1세대가 한마음으로 노력했다. 학생들이 늘고, 인프라가 발전되는 걸 눈으로 보게 되니까 매력을 느껴 더 빠져들게 됐다"고 했다. 2011년 8명의 국가대표로 시작한 킨볼이 이제 1만명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고, 세계 최고 대회, 월드컵까지 개최하게 됐다. 그는 "킨볼을 매개로 전세계인들이 한국에 모인단 건 13년 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기적같은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이제 학교스포츠클럽 1세대가 지역 동호인 클럽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울, 대전 , 강원, 경남에 킨볼 클럽이 생겨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민수 교사에게 킨볼은 꿈이자 진로였다. "중학교 때 꿈이 없었다. 공부도 싫고 노는 것만 좋아했다. 오사카 대회를 계기로 킨볼에 빠졌다. 체육교사가 돼 아이들에게 이 행복을 나눠주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고 이후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첫 부임한 학교서도 '당연히' 킨볼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킨볼 대회 때마다 심판으로 참가중이다. 자신에게 그러했듯 킨볼이 누군가의 길이 되길 열망했다. "백운중에서 성두별 선생님과 킨볼을 만나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교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학교체육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학생들이 킨볼을 통해 기술뿐 아니라 킨볼 정신을 배우고, 다양한 스포츠 문화를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킨볼월드컵 국대도 학교스포츠클럽 출신

2024년 오산 킨볼월드컵에 나선 국가대표 역시 학교스포츠클럽 출신이다. '2000년생 헤어디자이너' 주성호씨는 2017년 송곡고에서 킨볼을 처음 만난 후 2018년부터 7년째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올해 직장인이 된 주씨는 "입사 전 '11월 월드컵 출전 일주일 휴가' 양해를 미리 구했다"며 웃었다. "킨볼을 그만 둘 자신이 없다"는 말에선 킨볼을 향한 무한애정이 전해졌다. 서울팀 소속인 그는 주말마다 모교 송곡고 체육관을 빌려 훈련한다. 서울의 내로라하는 킨볼러들이 매주 함께 한다. "초대 국가대표인 (류)강래형도 35세인데 아직 함께 뛰고 있다. 나도 형을 보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고, 나도 형처럼 오래 뛰고 싶다"고 했다.

대전 신탄진고 출신 오효정씨(21)는 "피구 동아리에 가입하려다 킨볼을 하게 됐다"며 웃었다. 서원대 경찰행정학과에 재학중인 '예비 경찰' 그녀에게도 어쩌다 만난 킨볼은 인생의 전부다. "신탄진고 졸업생들은 지금도 매년 12월 셋째주, 지도교사 권순실 선생님의 이름을 딴 '순실컵(SS컵)'을 한다"며 자부심을 전했다. 이들이 코트를 지나가자 중학생들이 일제히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킨볼 꿈나무 사이에 이들은 스타다. "대회장에서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랬듯 이 아이들도 우리를 보면서 킨볼의 꿈을 꾼다"고 했다. 킨볼 커뮤니티는 끈끈하다. 대표팀 내 커플도 많다. 국제대회서도 국적 불문 "옴니킨!"이면 금세 하나가 된다. "나중에 결혼하면 애들도 꼭 '킨볼 시키자'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며 활짝 웃었다. 오산(경기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