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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개최로 '아시아 썰매허브' 도전 시작한 평창슬라이딩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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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썰매인들, 시설·경기운영·K푸드 모두 합격점
국제연맹 부회장 "완벽한 대회, 다음에 평창으로 돌아와야"

(평창=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산인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가 아시아 썰매의 허브가 되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16일 연합뉴스가 찾은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썰매인들로 북적였다.
스타트 하우스에선 주행을 준비하는 선수들과 코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움직였다.
피니시 라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동료들, 스태프와 함께 목이 터지라고 환호성을 질렀다.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스타트 하우스와 피니시 하우스를 바쁘게 오갔다.
스타트 하우스에선 홍보물을 보고 온 가족 단위 대관령 주민들이 선수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보냈다.
코끼리처럼 두꺼운 허벅지의 선수들이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모습에 초등학생 어린이들은 '우와!' 하며 탄성을 내질렀다.

딸을 데리고 온 대관령 주민 윤선희 씨는 "여기 올라와서 경기를 보는 건 처음인데, 역시 세계 선수들이다 보니 박진감이 넘치는 것 같다. 다음에 대회를 한다면 또 오고 싶다. 입장료로 5만원까지는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이 정도 규모의 성인 대회가 열린 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월드컵을 치르는 건 2017년 대회 뒤 7년 만이다.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한때 '애물단지'로 취급받았다.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활용 방안도 마땅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아예 운영되지 않아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이 이곳에서 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KBSF), 2018평창기념재단이 국제대회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곳에서 지속 가능한 운영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월드컵의 하부 리그격 대회인 스켈레톤 대륙간컵과 유스 시리즈 등이 평창에서 치러졌고, 2024년 1월에는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열렸다.
이어 KBSF의 노력으로 한 시즌에 걸쳐 열리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IBSF 월드컵이 이번에 평창에서 열리게 됐다.
'아시아 시즌'의 한 축으로 열리는 대회여서 더 의미가 크다. 16∼17일 월드컵 1, 2차 대회를 평창 트랙에서 치른 뒤 중국 옌칭 트랙으로 장소를 옮겨 3차 대회를 소화하는 일정이다.
북미와 유럽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썰매 종목이 본격적인 아시아로의 확장을 시도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행히 대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다.
이번 평창 월드컵의 전초전인 아시안컵 1~4차 대회까지 소화하느라 약 열흘 전부터 평창에서 생활하고 있는 세계 썰매인들은 이번 대회를 평가해 달라는 말에 '엄지척'으로 답한다.
평창은 원래 한국 설상 스포츠의 메카인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프라가 더욱 확충된 터라 숙박 수요를 맞추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라마다 호텔, 아이원 리조트, 대한체육회가 지원한 평창동계훈련센터에 나뉘어 묵고 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동계올림픽 당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트랙으로 평가받던 터여서 역시 부족함이 없다.
선수들은 숙박, 훈련, 경기 시설 이상으로 'K-푸드'에 만족감을 표한다.
지난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를 차지한 매트 웨스턴(영국)은 "여러 음식을 먹어봤다. 불고기가 가장 맛있더라. 많이 먹어서 중국 가면 살을 좀 빼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에서 오랜만에 열리는 월드컵인데도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평창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이 은퇴한 가운데, 정승기, 김지수(이상 강원도청), 그리고 새내기 심형준(가톨릭관동대)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더운 날씨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16일 이날 남자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늦저녁에도 평창 트랙 기온은 영상 13도나 됐다.
옛 동료 응원 차 평창 트랙을 찾은 윤성빈은 "이런 날씨엔 얼음 표면이 물러지게 되는데, 선수들의 항의가 있을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평창 월드컵은 일단 다음 시즌에는 열리지 않는다. 다음 시즌은 올림픽 시즌이어서 유럽과 북미에서만 월드컵이 치러진다.

KBSF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뒤 평창 월드컵을 꾸준히 치르기 위해 IBSF와 협의하고 있다.
월드컵 개최를 통해 이 종목의 저변을 넓히고, 평창 슬라이딩센터를 아시아 썰매의 허브로 키워보겠다는 게 KBSF의 목표다.
스켈레톤, 봅슬레이와 함께 '썰매 3대 종목'으로 꼽히는 루지 월드컵도 오는 2월 평창에서 치러진다.
대한루지경기연맹도 KBSF와 '같은 꿈'을 꾼다.
IBSF의 반응은, 자금까지는 확실히 긍정적이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으로 현재 스페인 대표팀 감독을 겸하는 안데르 미람벨 IBSF 경기 담당 부회장은 "평창재단과 KBSF가 언제나 적극적으로 성공적인 대회 진행을 돕는다. 내가 묵는 동계훈련센터도 끝내주게 좋다. 운영 인력들은 늘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 이건 정말로 완벽한 대회"라고 말했다.
이어 "썰매 종목의 아시아 확장에 있어 평창은 중요한 루트다. 우리는 여기서 계속 대회를 치러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청소년 동계올림픽의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난, 우리가 이곳으로 다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ah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