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없이 보름 동안 꼬박 비행기만 타야 달성 가능…일부선 '무리' 지적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항공사 마일리지 확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항공기 탑승 또는 카드를 사용해 마일리지를 받은 뒤 이를 항공권 발권이나 좌석 업그레이드에 쓴다.
그런데 최근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이 일정한 임무를 수행하면 무려 100만 마일까지 주는 행사를 들고나와 전 세계 여행 마니아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SAS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덴마크 3국 연합으로 구성된 항공사다.
16일 SAS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최근 스카이팀에 합류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달 8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스카이팀 동맹 15개 항공사를 모두 이용하면 100만 마일을 적립해준다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국내외 여행 마니아들도 이 '마일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일부 달성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마일런이란 항공사 마일리지 확보를 위해 특별한 목적이 없는데도 일부러 항공기를 타면서 마일리지를 쌓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 여행 마니아들은 100여명씩 모여 스터디팀을 구성하거나 각자의 경험과 해외 사례들을 분석해 최적의 루트와 노하우를 교환하고 있다.
또 일부는 여러 명 떼를 지어 며칠 동안 국제선을 한꺼번에 여러 번 타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100만 마일은 실로 엄청난 마일리지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장거리 노선을 비즈니스로 5∼6번 왕복하거나 편도 10회가량을 이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다.
이 마일리지는 같은 스카이팀 항공사를 통해 사용이 가능하기에 대한항공이나 에어프랑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마니아들이 마일런에 뛰어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15개 항공사를 모두 이용해야 하므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이다.
현지에서의 관광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오로지 비행기만 타야 하는 데도 12∼15일가량 소요되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나서기 힘든 이유다.
그러나 국내 일부 여행 마니아들은 회사에 장기 휴가를 내거나 가게 문을 닫으면서까지 항공기 탑승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정해진 기간 내에 15개 항공사를 모두 타야 하므로 합리적인 루트를 짜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자칫해 남미까지 날아간다면 항공권 가격이 올라가고, 시간도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여행 마니아들의 계산에 따르면 초기에 시작한 사람은 300만원가량에서 늦게 시작한 사람들은 600만원까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100만마일 달성 과정 전후에서 여러 불안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기초적인 불안감은 탑승 기록 누락에 대한 것이다.
15개 항공사의 전산 시스템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100만마일을 얻게 되더라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외국 항공사들은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마일리지 항공권 구매에 필요한 공제 마일리지 수치를 대폭 늘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불안 요소는 마일리지로 정작 필요할 때 표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이제까지 경험으로 미뤄 보더라도 국적기로 쌓은 마일리지로도 원하는 시기에 마일리지 표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항공사가 자사 마일리지로 구입할 표도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스카이팀 동맹체를 위해 성수기에 표를 쉽게 내놓겠느냐 하는 것이다.
한 항공 마니아는 "지금도 쓰고 싶을 때 마일리지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연차를 써야 가능한 일정인 데다, 100만 마일을 얻는다 해도 연차를 또 써야 하므로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100만 마일은 분명 엄청난 메리트가 있지만 과정 자체가 무척이나 괴롭고 힘든 일"이라며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비운 채 오히려 여행을 목표로 하고 부가적으로 마일을 얻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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