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정의구현이다. '캡틴'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이상 토트넘)가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 데일리메일은 13일(이하 한국시각) '벤탄쿠르에게 조처가 예상된다. 7경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 디애슬레틱도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진 않았으나 '토트넘 구단도 벤탄쿠르에게 장기 출전 정지 징계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징계위원회는 선수 개인의 인종차별에 6∼12경기의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도록 규정에 명시했다.
우루과이 출신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흥민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 그는 진행자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사태는 쉽게 마무리되지 않았다. 사과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벤탄쿠르는 24시간만 유지되는 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쏘니(Sony brother)! 정말 나쁜 농담이었다. 사과한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죠. 나는 결코 당신은 물론 그 누구도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손흥민을 애칭인 Sonny가 아닌 Sony로 작성해 문제가 더욱 커졌다. 하지만 벤탄쿠르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엉망진창 사과문은 24시간만에 사라졌고, 벤탄쿠르는 이후 자유롭게 SNS 활동을 진행했다.
토트넘 구단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안일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에 대해 '실수'였다고 옹호하며 사태 축소에 급급했다. 그는 "우리는 벤탄쿠르를 잘 안다. 이번에 큰 실수를 했다.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논의를 했다. 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속죄하고 배우는 기회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관대한 사회를 꿈꾼다.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벤탄쿠르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벤탄쿠르와 토트넘을 향한 분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국제단체 킥잇아웃(Kick it out)은 20일 '우리는 벤탄쿠르가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 이에 관한 보고서는 이미 클럽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 우리는 벤탄쿠르가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 및 더 넓은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이러한 광범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킥잇아웃은 스포츠에서 차별을 근절하자는 취지로 1993년에 설립됐다. 영국 언론 BBC는 '차별금지 자선단체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비방을 한 것에 대해 상당한 수의 불만을 접수했다고 밝혔다'고 빠르게 보도했다. FA는 벤탄쿠르를 기소했다.
결국 손흥민이 직접 나섰다. 그는 SNS를 통해 상황을 수습했다. 손흥민이 입장을 밝히자 토트넘 구단도 뒤늦게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토트넘은 SNS를 통해 "이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성, 평등, 포용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 주장 손흥민이 논란을 뒤로 하고,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하겠다. 글로벌 팬과 선수단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구단과 사회에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손흥민의 용서에도 벤탄쿠르는 징계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벤탄쿠르가 7경기를 뛰지 못한다면 토트넘은 연말의 '박싱 데이' 전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벤탄쿠르는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경기 중 7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토트넘은 리가 11경기에서 5승1무5패를 기록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