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설마 했는데 현실이 됐다. 극악의 투고타저에서도 리그 최고인 투수가 한국전에 나선다. 공략할 수 있을까.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지난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대6으로 패했다. 선발 고영표가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타자들은 단 3안타 빈공에 그치며 말그대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제 다음 상대는 쿠바다. 대표팀은 14일 쿠바와 상대한다. 한국 대표팀의 두번째 선발 투수는 곽빈. 류중일호는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2경기를 모두 이겼다. 단순한 승리보다도, 쿠바 대표팀에서 등판한 투수들의 투구 수준이 높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반적인 컨디션 점검 차원이었다.
그런데, 막상 '진짜' 실전에서 만나는 상대는 너무나 막강하다. 쿠바 대표팀은 평가전 2연패를 당한 상대인 한국전 선발 투수로 리반 모이넬로를 예고했다.
쿠바는 13일 도미니카공화국에 1대6으로 완패를 당했다. 한국만큼이나 탈락 위기에 몰려있는 상태다. 그래서 한국을 잡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모이넬로 선발 기용이다. 쿠바 대표팀 소속 선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선발 투수가 한국전에서 나온다.
모이넬로는 현재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이다. 소프트뱅크의 '에이스' 투수다. 쿠바 출신 선수로는 전설을 썼다. 소프트뱅크에 육성 선수로 입단해 1군 콜업 기회를 거친 후 필승조로 활약해왔고, 올 시즌을 앞두고는 소프트뱅크와 4년 40억엔(약 360억원)에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선발로 보직을 이동해 평균자책점 1.88로 퍼시픽리그 1위, 11승으로 다승 공동 4위, 퀄리티스타트 1위(21회), 최저 피안타율 1위(0.187), 최저 WHIP 1위(0.94) 등 각종 기록 최상단을 휩쓸었다. 모이넬로는 올해 최초로 NPB 퍼시픽리그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일본은 올 시즌 극단적인 투고타저 현상에 시달렸다. 투수들의 성적이 압도적인 상황에서도 모이넬로는 가장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한마디로 리그 최고의 투수라는 뜻이다.
한국 대표팀은 일찍부터 쿠바 대표팀에 일본리그에서 활약하는 주축 선수들이 합류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모이넬로와 주니치 드래곤즈의 마무리투수 라이델 마르티네즈 등이 최대 경계 대상이었다. 해당 선수들이 일본에서 시즌을 마친 후 곧장 대표팀에 합류했고, 특히 모이넬로가 일본전이나 도미니카공화국전이 아닌, 한국전 선발로 정조준을 하면서 더욱 골치가 아파진 상황이다.
한국 타선은 대만전에서 단 3안타에 그칠 정도로 아직 몸이 무거운 상황이다. 대만 투수들의 컨디션이 워낙 좋기도 했다. 대만전 패배 충격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바로 다음날 일본리그 최고의 투수를 상대해야 한다. 모이넬로는 소속팀 소프트뱅크가 일본시리즈까지 진출하며 가장 최근까지 실전을 치렀던 투수다. 쿠바 스포츠 매체 'JIT 디포르테 쿠바노'는 13일 타이베이 현지에서 한국-대만전 생중계를 지켜보며 한국 타자들에 대해 꼼꼼하게 메모하며 분석 중인 모이넬로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과연 한국은 모이넬로를 공략하고 기적의 도쿄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