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앞에서 격려 이어져…발길 돌리지 못하는 부모들
고사장 착각 사례도…경찰 순찰차 타고 무사히 '입실 완료'
포근한 날씨에 수험생들 가벼운 옷차림
(전국종합=연합뉴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전국 1천282개 시험장 일대에서 힘찬 응원과 아낌없는 격려가 쏟아졌다.
고사장이 마련된 학교 정문 앞에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뜨거운 포옹을 하며 손을 맞잡았고 선후배들은 우렁찬 함성으로 응원했다.
입실 시간에 늦은 학생을 순찰차에 태워 이송한 경찰관부터 수험생의 휴대전화를 전달한 학부모단체까지 모두 수험생을 위해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 깃발·손팻말·간식 뜨거운 응원…"모두 원하는 대학 가기를"
이날 오전 55지구 1시험장인 충북 청주고등학교 주변은 일찌감치 응원을 나온 교사들과 선후배 학생들로 붐볐다.
교사들은 학교의 이름이 적힌 깃발이나 손팻말을 든 채로 수험생의 어깨를 연신 두드리거나 간식을 나눠주며 격려 인사를 건넸다.
다른 시험장인 옥천고 정문 앞에도 학부모단체와 후배 학생 등 50여명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며 수험생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답을', '수능 대박 날 거야, 만점 합격'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적막한 분위기에 활기를 더했다.
남승욱 청원고 부장교사는 "지난 3년간 한결같이 노력을 많이 한 만큼, 모든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 속에 수험생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부모의 배웅을 받으며 하나둘씩 교문으로 들어갔다.
부산 경남공고 시험장으로 향하던 박모(18)군은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원하는 대학의 공과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연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8∼10일 육지로 나와 호텔에 묵은 대청·덕적·백령·연평도 등 섬 4곳의 학생 35명도 인천시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서해 북단 섬에 사는 이들 수험생은 시험장이 없는 섬마을을 떠나 4성급 호텔에서 며칠간 숙식을 해결하며 수능 전날까지 막바지 공부를 했다.
연평고 유대건(18)군은 "준비한 모든 과정을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시험에 임하겠다"며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눈물 훔친 부모들…"고생한 만큼 힘내서 잘 하기를"
시험장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이 쉴 새 없이 몰려들며 북적였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시험장에 데려다주며 손을 맞잡거나 안아줬고, 교문 너머로 들어가는 모습을 촬영하며 사진을 남겼다.
대구 청구고에서 만난 송미영(46)씨는 "아들이 수능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론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며 "2∼3주 전부터 소화가 잘 안돼서 고기를 못 먹었는데 수능이 끝나면 한우를 사줄 생각"이라고 했다.
아들에게 도시락을 건네주던 김도은(48)씨는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을 싸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나더라"며 "긴 시간 동안 열심히 고생한 만큼 힘내서 잘 다녀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시험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을 서서 지켜보거나 천천히 발걸음을 돌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세종 새롬고 앞에 있던 학부모는 "집에 가야 하는데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예전 같으면 정문에 엿이라도 붙였지만, 지금은 그런 문화가 아니니 차분하게 잘 해내길 기도한다"고 했다.
◇ 순찰차·배달 오토바이·어머니회 지원…모두 한마음으로 응원
교문 앞에 수험생의 발길이 잦아들 때쯤 경찰 순찰차들이 사이렌 불빛을 뿜으며 교문 앞으로 도착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43분께 경기 의정부 한 아파트에서 "고사장인 의정부여고까지 늦을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접수되자 순찰차가 곧바로 수험생을 태우고 약 3km 거리를 9분 만에 달려 시험장에 도착했다.
제주에서는 입실 마감을 20분가량 앞두고 한 수험생이 시험장을 잘못 찾아가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자치경찰이 수험생을 순찰차에 태워 원래 시험장으로 무사히 수송했다.
인천에서는 택시를 잡지 못한 수험생이 배달 오토바이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에 오거나, 수험생인 동생이 집에 놓고 간 신분증을 형이 황급히 챙겨 고사장에 도착한 경우도 있었다.
의정부에서는 입실을 앞두고 휴대전화를 놓고 온 수험생 1명이 녹색어머니회의 도움으로 휴대전화를 전달받아 무사히 입실할 수 있었다.
또 입실 시간 1분을 앞둔 오전 8시 9분께 한 수험생이 어머니에게서 시계를 건네받고 황급히 뛰어 아슬아슬하게 시험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올해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5개 지구 1천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번 수능에 지원한 수험생은 전년보다 1만8천82명 증가한 52만2천670명이다.
(김상연 김선경 김용태 박세진 심민규 양영석 양지웅 윤우용 전지혜 정경재 정회성 차근호 최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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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