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세계 바이오 서밋' 참석차 방한한 국제의약품구매기구 사무총장 인터뷰
한국, 국제의약품구매기구에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1억 달러 기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제의약품구매기구(UNITAID·유니테이드)는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국제기구입니다. 특히 전 세계 제약회사와 가격 협상을 통해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저렴하게 의약품 등 보건용품을 구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우리를 지원하며, 함께 질병 퇴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힘쓰겠습니다."
유니테이드 사무총장인 필립 뒨통 박사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미래 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혁신과 투자, 대응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자 지난 11∼12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한 '2024 세계 바이오 서밋'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 3회를 맞은 이 행사는 각국 보건 분야 장·차관, 국제기구 수장, 백신·바이오기업 대표, 전문가 등 세계 바이오 분야 리더들이 모여 백신·바이오 분야 글로벌 의제를 다루는 국제행사다.
올해는 '안전하고 건강한 향후 10년을 위한 미래 투자'란 주제 아래 전 세계 43개국에서 1천200여명이 참여했다.
유니테이드는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구로, 개발도상국에 필수적인 의약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질병 퇴치에 기여하고자 2006년 9월 프랑스ㆍ영국ㆍ노르웨이ㆍ브라질ㆍ칠레 주도로 출범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사무국을 두고 40개국이 넘는 다양한 국적의 소속 전문가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국 정부와 공공 및 민간 보건기관, 바이오기업 등과 협력해 에이즈·결핵·말라리아 등 감염병의 예방·진단·검사·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보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
특히 제약회사와 협상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고, 품질 향상·기술 혁신 등을 통해 중·저소득 국가에도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힘쓴다.
결핵과 HIV, 말라리아는 지구촌에서 여전히 해마다 270만명의 사망자를 낳는 세계 최대 보건 과제다.
유니테이드는 출범 이후 18년간 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아프리카에서 HIV 감염인들을 위한 일차 치료제를 연간 1인당 40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고, 결핵 예방약의 시장 출시를 도와 아프리카 지역 수백만 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차세대 모기장을 배포해 지난 10년간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을 50% 감소시켰다.
자궁경부암 백신 보급을 통해 200만 명 이상의 여성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임신 합병증, 빈혈 등으로부터 수많은 여성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팬데믹 대응을 주요 업무로 추가해 코로나19 백신, 진단제, 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데 앞장섬으로써 위험 감소에 기여했다.
한국은 유니테이드 설립 무렵부터 참여하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2006년 11월 열린 제2차 집행이사회에서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고, 현재 외교부 개발 협력국장 및 질병관리청 감염병 정책국장이 각각 이사와 교체 이사로 활동 중이다.
아시아 지역 최초 공여국으로서 항공권 연대기금인 국제질병 퇴치기금 등을 활용해 2008년부터 이제까지 총 1억 달러를 기부했다. 한국은 유니테이드에서 여섯 번째로 큰 기여국이다.
한국은 글로벌 보건 체계 강화를 위해 올해 유니테이드에 재정적으로 더 많이 기여하기로 했다.
권기환 외교부 글로벌다자외교조정관은 13일 뒨통 유니테이드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보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1천700만 달러 규모 기여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 한국 정부가 올해 유니테이드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500만 달러와는 별개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 정부가 국제의약품구매기구에 지원하는 금액은 2천200만 달러(약 310억원)에 이른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국제 공조 체계인 'ACT-A'(치료제 및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고 공평한 배분을 보장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에 2023∼2025년 매년 1억 달러씩 총 3억 달러를 공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지원은 그 일환이다.
이와 관련, 뒨통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유니테이드의 중요한 파트너로 2006년 설립 이후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기부를 시작했다"며 "이런 한국의 기여 덕분에 매년 3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은 혁신의 중심지로서 혁신적인 제품 개발과 기부를 통해 유니테이드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결핵, 특히 내성 결핵 및 소아 결핵 치료제 개발과 팬데믹 대응에 도움을 주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혁신적인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바이오 의약품 개발 및 생산에 협력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등 더 많은 사람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희망했다.
shg@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