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종주국 미국을 넘고 우승한 일본.
우승 후 일본 대표팀이 공개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경기 전 라커룸에 선수들을 모아놓고 연설에 나선 것. 당시 오타니는 "(미국을) 동경하는 것은 그만두자. 야구를 했다면 누구나 들어봤을 유명한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그들을 동경해서는 넘어설 수 없다. 오늘 만큼은 우리가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최고가 되기 위해 여기 왔다. 오늘 단 하루만큼은 동경심을 버리고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에 3대2로 역전승하며 비원의 우승에 성공했다.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합류한 김도영(KIA 타이거즈)은 11일(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류중일호 선수 회식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주장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이 '연설'에 나섰다. 김도영은 "(송)성문이형이 선수들을 모아놓고 서서 이야기를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이 야구 강국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자'고 멋있게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송성문이) 달라 보이더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모든 선수가 참가해 가진 첫 회식이었는데, 그 한 마디를 통해 모두가 뭉칠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프로 데뷔 10년차인 송성문에게 이번 대회는 첫 국가대표 출전. 설렘과 긴장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무대다. 특히 줄부상으로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큰 류중일호이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 주장으로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송성문은 류중일호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훈련 때마다 동료, 후배들과 어울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매일 밝은 표정으로 누구보다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대만 도착 후엔 선수단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 '아파트 세리머니'를 새롭게 선보이기도.
송성문의 열정에 대표팀도 결집하는 분위기. 대만 현지 도착 후 선수들이 주도해 회식을 자청했다. 당초 회식비를 선수들이 직접 걷어 처리하기로 했지만, 의기투합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본 KBO가 통 크게 지갑을 열었다. 포수 박동원은 "우리 의견이 KBO나 대표팀 측에 자칫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정중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오히려 모두 계산을 해주셨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대만전을 하루 앞두고 열린 현지 기자회견에서도 '품격'을 증명했다. 내빈 소개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행사 타이틀이 무색하게 진행된 어수선한 상황. 이럼에도 송성문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영광스러운 자리에 뽑히게 되어 설레는 마음이 크다. 좋은 팀, 좋은 선수들과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아무나 짊어질 수 없는 태극마크, 그들을 대표하는 주장 자리의 무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송성문은 자신이 왜 '류중일호 캡틴'인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