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계속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다."
류중일호 외야수 최원준(27·KIA 타이거즈)은 1년 전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이렇게 돌아봤다.
금빛 여정에 동행했으나, 출전은 없었다. 대표팀 소집 후 국내 훈련 중 부상이 문제였다.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으로 봤지만, 결승전까지 그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의 플레이와 환호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 신분, 시즌 막바지 레이스를 제쳐두고 임했던 대회인 만큼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원준의 아쉬움은 단지 출전 무산 때문이 아니었다. "내가 다치는 바람에 외야수가 한 명 부족해졌다. 감독님이나 팀 선수들 입장에선 빈 자리가 힘들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리고 미안했다."
1년 만에 다시 단 태극마크.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다시 찾아온 기회는 그래서 더 소중하다. 최원준은 "다시 선발되면 꼭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다시 왔다"며 "이렇게 좋은 대회에서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게 너무 기쁘다. 한국시리즈 만큼 큰 경기니까,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만큼은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류중일호는 이번에도 외야 변수에 휩싸여 있다. 구자욱 김지찬(이상 삼성)이 잇달아 부상 하차하며 외야 가용 자원이 부족해진 상태. 류중일 감독은 추가 발탁 없이 최원준 홍창기(LG) 윤동희(롯데) 이주형(키움) 4명 만으로 외야 구성을 마무리 했다. 이번엔 최원준이 외야 리스크를 지울 수 있는 활약을 해야 한다. 최원준은 "주어지는 역할이 어떤 것이든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 (홍)창기형이나 (윤)동희, (이)주형이 모두 워낙 좋은 외야수들이다. 대회, 야구 이야기보다는 서로 즐겁게 운동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대회가 치러질 대만 타이베이돔과 톈무구장 모두 인조잔디 그라운드. 외야수들에겐 정확한 송구가 요구되는 환경이다. 톈무구장에서 이틀 간 훈련한 최원준은 "바뀌기 전 고척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듯 하다. 바운드가 길게 떨어지는 만큼, 송구는 최대한 낮게 해야 할 것 같다. 공을 잡을 땐 과감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오히려 놓칠 위험이 더 클 것 같다"고 상세한 분석을 내놓기도.
올해 KIA의 V12 여정에서 최원준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센터라인, 코너를 오가며 외야를 견실히 지켰고, 하위 타순에서 상위 타선 연결 고리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며 환호할 수 있었던 그지만, 누적된 피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만. 최원준 외에도 김도영 최지민 정해영 곽도규 등 V12 공신들을 대표팀에 보낸 심재학 단장, 이범호 감독의 걱정도 적지 않은 게 사실. 심 단장과 이 감독은 최원준을 통해 "다치면 죽는다"는 농 섞인 엄포를 놓은 상태.
이에 대해 최원준은 "나이가 제일 많아서 내게 연락하신 것 같다"고 웃은 뒤 "'다치지 말고 나라를 위해 열심히 하라'라고 전달해달라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워낙 알아서 잘 하는 친구들이다(웃음). 한국시리즈 때처럼 이곳에서도 좋은 기억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V12 기운을 안고 태극마크를 짊어진 최원준, 프리미어12에서 보은과 반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원준은 "한국시리즈 때 너무 잘 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막 달려들면 더 안되더라"며 "이번에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차분하게 임하려 한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