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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감독의 요청에 한국행…박석민 코치 "두산에 완벽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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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 비슷한 일본 야구의 장점 응용…우리도 재능 있는 타자 많아"

(이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석민(39) 두산 베어스 코치는 "이제 막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제가 감히 '어떤 지도자가 되겠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과거의 행동, 현재의 말을 종합하면 박석민 코치는 '소통형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야구 두산이 마무리 캠프를 차린 12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만난 박석민 코치는 "'출근 나흘째'인데 두산에 완벽하게 적응했다"며 "선수들이 빨리 다가와 줘서 금세 친해졌다"고 웃었다.
두산에서 박 코치와 가장 '심리적'으로 가까운 이는 이승엽(48) 감독이다.
이 감독은 '박 코치가 없는 자리'에서는 '후배 박석민'에 관한 유쾌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형제 같은 선후배'에서 '감독과 코치'로 새롭게 자리 잡으면서 이승엽 감독과 박 코치는 일부러 더 거리를 둔다.
물론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여전히 깊다.
박 코치는 "아직 훈련장에서는 감독님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도 "당연히 다른 코치와 박석민 코치를 똑같이 대한다. 박 코치가 이제 막 팀에 합류한 터라, 선수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멀찍이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연수를 하고, 2025시즌도 일본에 남아 코치로 뛸 예정이었던 박석민 코치를 한국으로 부른 건, 이승엽 감독이었다.
두산은 2024시즌 이승엽 감독을 보좌했던 박흥식 전 수석코치, 김한수 타격코치와 작별했다.
올 시즌 작전·주루 코치를 맡았던 고토 고지 코치가 2025시즌에 수석코치로 이동하고, 박석민 코치가 1군 타격 부문을 맡는다.
박 코치는 "사실 일본에 더 머물 생각이었고, 실제 (요미우리 구단과 코치직에 관해)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며 "그런데 감독님께서 연락해 '같이 한번 해 보자'고 코치 합류를 제안하셨다"고 떠올렸다.
이승엽 감독에게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박 코치는 요미우리 구단에 사정을 설명하고 8일부터 두산에 합류했다.
휴식일 하루가 있어서, 12일 나흘째 두산에서 훈련한 박 코치는 "다른 코치님들이 정말 잘 해주셔서 적응에 도움이 됐다. 선수들도 스스럼 없이 다가와 줬다"며 "두산 적응은 끝났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 코치는 최대한 이승엽 감독과의 인연을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을 잘 아는 이승엽 감독의 존재가 국내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현재 가장 큰 힘이 된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뛰어난 타자였던 박석민 코치가 두산 선수단의 화력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박 코치는 이승엽 감독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던 2004년 삼성에 1차 지명 선수로 입단했다.
이승엽 감독은 2012년 삼성으로 돌아왔고, 2015년까지 박석민 코치와 함께 뛰었다.
박석민 코치가 2016년에 NC 다이노스와 4년 최대 96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하며 삼성을 떠났지만, 이후에도 이승엽 감독과 박 코치는 친분을 유지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사랑받은 이승엽 감독은 2017시즌이 끝나고 은퇴했다.
2023년부터는 1군 사령탑으로 두산을 지휘하고 있다.
박석민 코치는 KBO리그 최정상급 3루수였다.
1군 통산 성적은 1천697경기, 타율 0.287, 269홈런, 1천41타점이다. 출루율 0.402, 장타율 0.491을 기록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뽐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삼성 라이온즈에서 5번(2005, 2011∼2014년), NC에서 1번(2020년)을 합쳐 6번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기쁨도 누렸다.

이제 박석민 코치는 두산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
우선 일본에서 코치 연수를 하고 2군 코치로 승격하며 쌓은 경험을 활용할 생각이다.
박 코치는 "일본 야구에서 배울 점이 있다. 체형도 일본과 우리 선수들이 비슷하니, 응용하기도 수월하다"며 "현역 시절부터 일본 야구의 장점을 배우고자 노력했다. 요미우리 코치로 뛰면서 9시에 팀 훈련을 시작하면 6시 30분, 7시부터 항상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며 더 많은 걸 배웠다"고 떠올렸다.
이어 "사실 훈련 때 모습을 보면 지금 두산 젊은 선수들의 스윙이 더 좋다"며 "우리 선수들도 재능이 있다. 그 재능을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서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박 코치는 선수 뒤에 서고자 한다.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 이승엽 감독과 '같은 철학'을 가졌다.
박 코치는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한다. 나는 선수가 더 잘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직 코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선수들과 소통할 자신은 있다. 대화를 자주 하면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저는 카리스마형 지도자는 아닙니다"라고 손사래 치지만, 선수들의 보호막이 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
박 코치는 "타자들이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부진하면 코치가 책임져야 하지 않나. 선수들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든든한 형님 같은 모습도 보였다.
이승엽 감독과 박석민 코치가 두산에서도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함께 웃을 수 있을까.
박 코치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내년에 분명히 우리 두산의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두산과 이승엽 감독은 박석민 코치의 '실력'이 팀 전력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