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올시즌 LG 트윈스의 최약점은 불펜이었다. 지난해 LG를 우승으로 이끈 일등 공신이 불펜이었는데 올해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고우석의 미국행과 이정용의 상무입대, 함덕주의 수술 등으로 초반부터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박명근 백승현 등과 이지강 이우찬 김유영 등이 필승조로 안착한다면 좋은 불펜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낙관론도 있었다.
하지만 시즌 내내 불펜은 기복이 심했다. 마무리 유영찬과 셋업맨 김진성만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고, 나머지는 좋았다 나빴다가 계속 됐다. 염경엽 감독이 게임 플랜을 짜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선발진이 좋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펜이 불안했고, 타선 역시 기복을 보이다보니 지난해의 강함이 나타나지 못했고 결국 3위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포스트시즌 역시 마찬가지. 불펜이 약하다보니 준플레이오프 때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손주영을 불펜으로 돌려서 KT 위즈에 승리를 거뒀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삼성에 패하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
FA 시장이 열렸을 때 LG를 주목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크게 빈 자리가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 불펜이 약하다고는 해도 자원은 있기 때문에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내년시즌에 성장하면 좋은 불펜을 만들 수도 있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LG는 확실한 불펜 투수를 데려오기로 했고 장현식을 영입했다. 샐러리캡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4년 총액 52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총액 36억원)에 장현식을 잡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인센티브가 없는 전액 보장이란 점이 눈에 띄었다. 그만큼 경쟁을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롯데의 마무리 김원중과 셋업맨 구승민이 롯데에 잔류하면서 FA 시장에 남아있는 불펜 투수 중 '최대어'인 장현식의 주가는 더욱 높아졌다.
김원중이 총액 54억원에 계약했지만 계약금과 연봉을 더한 보장액수가 44억원이고 인센티브가 10억원이라 52억 전액을 보장받는 장현식이 더 낫다는 평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3년에 1라운드 지명을 받고 NC에 입단했었다. NC에서는 선발과 중간을 오갔었던 장현식은 2020년 KIA에서는 붙박이 중간투수로 활약. 2021년엔 34홀드를 기록해 홀드왕에 오르는 등 KIA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했다. 올시즌에도 75경기에 출전해 5승4패 16홀드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SSG 노경은(77경기) 두산 이병헌(77경기) SSG 조병현(76경기)에 이어 4번째로 많이 등판했고, 75⅓이닝을 던진 것은 노경은(83⅔이닝) KT 김민수(81⅓이닝) 박영현(76⅔이닝) 김민(76⅓이닝)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셋업맨 김진성이 올시즌 71경기에 등판해 3승3패 1세이브 27홀드를 기록하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터라 내년시즌 장현식과 함께라면 중간이 더욱 탄탄해 질 수 있다. 확실한 버팀목이 2명이나 되기에 다른 투수들의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
불펜에 대한 고민을 조금은 해결한 LG는 이제 '집토끼' 최원태와의 첫 만남을 가진다. FA 시장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선발 자원인 최원태 측과 12일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것. LG 차명석 단장은 "일단 최원태 측에서 얼마나 원하는지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라고 했다.
장현식을 잡아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 최원태는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차 단장은 "샐러리캡은 계약하기 나름 아니겠나"라며 장현식의 계약이 최원태 계약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물론 차 단장은 합리적인 선에서의 계약을 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