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일본프로야구(NPB) 역대 최고의 파이어볼러로 평가받는 사사키 로키가 지바 롯데 마린스로부터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진출 승인을 받았다.
이번에도 보내달라고 '떼쓰는' 통에 지바 롯데 구단도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한 기자에 따르면 사사키는 "내년 시즌 지바 롯데의 오퍼를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구단을 흔들어댔다. 아무리 구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해도 마음 떠난 선수를 주저앉혀 봐야 더 의미를 찾기는 어려울 터.
이제 공은 메이저리그로 넘어갔다. 지바 롯데가 언제 포스팅할 지 알 수 없으나, 이번 오프시즌 사사키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는 일은 기정사실이 됐다. 미일선수계약협약에 따라 사사키는 만 25세 미만인데다 NPB에서 6시즌을 채우지도 못해 '국제 아마추어 사이닝보너스 풀(international amateur signing bonus pool)' 범위에서 계약금을 받고 마이너리그 계약을 해야 한다. 협상 기간은 포스팅 공시된 날로부터 45일이다.
우선 포스팅 및 계약 시점이 중요하다. 국제 아마추어 계약기간은 당해 연도 1월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11개월 동안이다. 12월 17일~이듬해 1월 16일엔 국제 아마추어 FA와 계약할 수 없다. 구단별로 사이닝보너스 풀이 정해져 있다. 2024년 할당액은 거의 모두 소진됐다. 2025년 사이닝보너스 풀을 쓰기 위해서는 내년 1월 16일 이후 계약해야 한다.
즉 12월 16일 이전 계약하면 2024년 보너스 풀을 사용해야 하고, 내년 1월 16일 이후 계약하면 2025년 보너스 풀을 적용받는다. 협상 기간 45일을 역산해 계산하면 포스팅 시점이 12월 2일 이전이면 2024년 보너스 풀, 12월 3~16일이면 2024년 또는 2025년 보너스 풀, 12월 17일 이후이면 2025년 보너스 풀을 쓰게 된다.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2024년 잔여 보너스 풀은 LA 다저스가 250만2500만달러로 가장 많고, 볼티모어 오리올스(214만7300달러), 뉴욕 양키스(148만7200만달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24만7500만달러), 보스턴 레드삭스(99만달러) 순이다.
2025년 보너스 풀은 755만5500달러가 8팀, 690만8600달러가 6팀, 626만1600달러가 12팀, 564만6200달러가 2팀, 514만6200달러가 2팀이다.
사사키는 계약 시점이 12월 16일 이전이면 최대 250만달러, 내년 1월 16일 이후면 최대 755만달러의 사이닝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이닝보너스의 크기는 사시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타니 쇼헤이가 2017년 12월 10일 LA 에인절스와 계약할 때 사이닝보너스는 231만 5000달러에 불과했다. 오타니가 에인절스를 선택한 것은 투타 겸업 기회를 최대한 보장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사사키 역시 구단 선택 기준은 돈이 아니라, 국제 아마추어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하는 만큼 FA가 될 때까지 6년 동안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가 우승 전력을 고려하지 않았듯 사사키 역시 팀 전력을 크게 우선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만 25세를 넘긴 완전한 FA였기 때문에 돈과 우승 전력이 선택의 기준이었다. 지금 사시키가 참고할 사례는 7년 전 오타니지, 지난 겨울 야마모토가 아니다. AL의 한 구단 관계자는 "사사키의 경우 야마모토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돈은 그가 팀을 선택할 때 기본적인 이슈가 아닐 것"이라고 했다.
현지 매체들은 사사키의 유력 행선지로 다저스, 양키스,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카고 컵스 등을 꼽는다.
MLB.com은 '모든 팀들이 사사키를 로테이션에 넣고 싶어하지만, 구단 관계자들은 다저스와 파드리스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다저스는 오타니와 야마모토를 거느리고 있어 사사키에게 매력적인 팀이다. 또한 사사키는 지난해 3월 WBC에서 샌디에이고 일본인 에이스 다르빗슈 유와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에이고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발로 고정 등판할 수 있는 기회 측면에서는 뎁스가 두터운 다저스보다 샌디에이고가 훨씬 높다. 쉽게 말해 다저스는 선발 요원들이 많아 사사키는 '아니다' 싶으면 로테이션에서 제외될 수 있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럴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얘기다.
메츠와 양키스, 컵스도 올시즌 내내 일본에 스카우트를 파견해 사사키의 피칭을 면밀히 관찰했다. 한 AL 구단관계자는 "동부지역 팀들 중 메츠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사키의 단점은 내구성 부족이다. 지바 롯데에서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다. 올시즌에는 팔과 복사근 부상으로 18경기 등판에 111이닝을 던지는데 그쳤다. NL 한 구단 관계자는 "사사키는 빅리그 타자들에게 굉장히 까다로울 것이다. 그러나 누가 그와 계약하더라도 200이닝을 던지는 일꾼을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사키는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갖고 태평양을 건너는 일본인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MLB.com은 '사사키는 NPB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대한 투수(perhaps the greatest pitcher ever)가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지바 롯데에서 4시즌 통산 평균자책점 2.02, 9이닝 평균 11.4탈삼진, 2.0볼넷, 6.0피안타를 마크했다. 2023년 WBC에서는 7⅔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고 소개했다. 내구성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건강할 땐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 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직구 구속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아쉬운 점이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2023년 99.0마일에서 2024년 96.8마일로 감소했다. 부상 탓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컨트롤에 매진했다는 얘기도 된다. MLB.com은 '그는 이상적인 운동 신경을 갖고 있고 당장 커맨드를 장악할 컨트롤을 발휘하면서도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진다'며 '작년과 올시즌에 걸쳐 3가지 구종의 구속이 떨어진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나, 그는 1선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사키는 MLB.com FA 랭킹서 후안 소토, 코빈 번스에 이어 3위, ESPN 랭킹서는 소토 다음 2위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