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바롯데 마린스는 보살 구단인가. 사사키 로키의 간청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지바롯데 구단은 9일 투수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을 승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바롯데 구단 본부장은 "사사키가 빨리 메이저리그에 가서 승부를 걸고 싶은, 젊은 나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입단 초반부터 계속 해왔다. 최종적으로는 구단에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사키는 구단을 통해 "한번밖에 없는 야구 인생에서 후회가 없도록 하겠다. 또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마이너 계약으로 시작하지만 세계 제일의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현행 미국 MLB-일본 NPB 협약상, NPB 선수가 25세 미만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경우, 마이너리그 계약만 체결할 수 있다. 과거 오타니 쇼헤이가 니혼햄 파이터스의 승인을 받아 LA 에인절스와 계약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마이너리그 계약만 체결하기 때문에 계약금도 구단별 국제 사이닝 보너스 한도 내에서만 책정할 수 있다.
그동안 사사키는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미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보유하고 있는 LA 다저스가 사사키 영입전에서도 가장 선두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 등 주요 구단들이 수년전부터 사사키를 직접 관찰해왔다. 이미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사사키를 올해 주요 FA 3~4위권 내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사사키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냥 곱게만 보고있지는 않다. NPB 팬들은 사사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160km이 넘는 공을 던지는 초강속구 투수로 고교 시절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사사키는, 프로 이후 막상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주지 못했다. 잘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기복이 컸고, 특히 부상이 많았다.
2022년 NPB 최연소 퍼펙트게임 대기록을 썼지만 프로에 데뷔한 2020시즌부터 올해까지 단 한번도 규정 이닝을 채운 시즌이 없었다. 특히 이미 1년전 겨울 포스팅 승인을 가지고 구단과 한차례 마찰이 있었던 사사키는 팬들에게 미운 털이 박힌 상황에서, 올 시즌 여러 차례 상체 피로 회복 지연을 이유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에이스'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사키의 포스팅 소식을 들은 NPB팬들은 "지바롯데가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며 적지 않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요시이 마사토 지바롯데 감독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물론 팀으로서는 (그의 이탈이)매우 아프다. 하지만 저도 미국에서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심정인지 알 수 있다. 또 젊은때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할 수는 있다. 아직 미완성된 부분들도 솔직히 있지만, 미국에서 자신을 레벨업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처음 봤을때의 충격을 아직 잊지 못한다. 꼭 그 기대치를 증명해줬으면 좋겠다"고 건승을 빌었다.
다만 지바롯데는 사사키의 이른 포스팅으로 인해 적지 않은 손해를 입게 됐다. '에이스'의 이탈은 물론이고 마이너 계약으로 인해 구단이 받을 수 있는 이적료도 제한적이다. 1년전 야마모토가 25세를 넘긴 후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 소속팀 오릭스 버팔로스에 남기는 총액은(12년 계약을 모두 채울시) 무려 72억엔(약 66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 'EPSN'에 따르면, 사사키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할 경우 지바롯데에 지급되는 이적료는 계약금의 25% 수준인 약 187만5000달러(약 26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