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가을야구? 이 정도면 무조건 우승해야 하는 투자 아닌가.
'미친' 행보라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 같다. 한화 이글스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렇게 무섭게 돈을 쓰는 것인가.
한화가 FA 시장 개장 3일 만에 '명품 쇼핑'을 마쳤다. 유격수 심우준에게 50억원을 안긴 한화는, 하루가 지난 뒤 투수 엄상백에게 무려 78억원이라는 놀라운 돈을 안겼다.
심우준과 엄상백 모두 좋은 능력을 가진, 훌륭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쌓아온 객관적 성적과,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능력치를 봤을 때 뛰어난 선수들인 건 맞지만 지나치게 높은 몸값이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심우준의 통산 타율은 2할5푼 갓 넘는다. 엄상백은 10승 이상 기록한 시즌이 단 2번 뿐이다. 올시즌 13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4.88이었다. 그것도 전력이 나쁘지 않은 KT였기에 저 성적이 나왔을지 모른다.
공급과 수요 문제로 인해 시장은 늘 격변한다 하지만, 이번 두 사람에 대한 한화의 투자는 그 개념마저 뛰어넘어버린 '쇼킹'한 선택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영입 경쟁팀들이 너무 놀라 시작부터 나자빠졌으니 말이다. 조금은 자정이 되는 것 같던 시장 질서를 모두 무너뜨려버렸다. 이 선수들보다 성적이 좋은 선수들이 앞으로 FA가 되면, 도대체 얼마의 돈을 요구할 것인가.
한화는 이미 지난 2년간 FA 시장 큰손으로 활약해왔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채은성에게 무려 90억원을 안겼다. 여기에 이태양도 25억원을 받기로 했다. 오선진의 4억원 계약도 있었다.
올시즌을 앞두고도 지갑은 닫히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안치홍에게 무려 6년 기간에 72억원을 베팅했다. 그리고 화룡점정. 정확히 FA 신분은 아니지만 '괴물' 류현진을 한국으로 컴백시키는 데 170억원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올해 심우준, 엄상백에게 128억원을 또 썼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이번 한화의 결정이 파격인 건 네임밸류 등을 무시하고, 현 시장 최대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돈을 썼다는 것이다. 엄상백이 8년이라고 하면 156억원이다. 8년 170억원의 류현진 계약이 합리적(?)이라는 느낌까지 준다.
이렇게 3년간 FA에만 489억원을 썼다. 그런데 냉정히 보자. 류현진을 제외하면 '이 선수 영입으로 정말 달라지겠다'는 느낌을 주는, 무게감 있는 특A급 선수는 1명도 없다고 봐야하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일례로 최근 FA로 이적해 우승을 시킨 장원준, 최형우, 양의지, 김현수 이런 존재감의 선수들에게 거액을 쓰는 건 이해를 할 수 있는데, 한화의 광폭 행보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 게 사실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한화행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매 시즌 하위권이니, 돈을 많이 받는 자신이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기피할 수 있다. 이 부담감을 없애주는 건 파격 조건이다. 또 한화는 내년이 김경문 감독의 본격적 첫 시즌이고, 신구장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여러모로 성적을 내야하는 상황인 건 분명하다.
전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FA 뿐이다. 이렇게 돈을 썼는데, 겨우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가 되는 건 말이 안된다. 이 정도 투자라면 최소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라봐야 한다. 선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지만, 이런 막대한 투자가 현장에 마냥 행복한 건 아닐 수도 있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압박감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