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8세 어린 나이에 미국 무대에 도전했던 풍운아. 삼성 라이온즈를 거쳐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지만, 더이상 부산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다.
롯데 구단은 5일 이학주를 비롯해 오선진, 이인복, 임준섭까지 4명의 선수를 방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들의 방출 절차가 마무리된 건 지난주다. 지난 3일 열린 레드팬페스티벌 분위기를 고려해 추가적인 선수단 정리 소식을 뒤늦게 발표한 모양새다.
네 명의 선수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이학주다. 올해 타율 2할6푼3리(95타수 25안타) 2홈런 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09의 기록을 뒤로 한채 롯데를 떠나게 됐다. 한국 생활 6년, 롯데 입단 3년만이다.
지난 겨울 할머니의 뜨거운 눈물을 떠올리며 '마지막이란 결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다. 겨우내 본가 대신 부산에 머물며 땀을 흘렸다. 레그킥 대신 토탭 타격폼으로 바꾸는 등 노력했고, 뒤이은 개막 엔트리 탈락의 충격 속에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 올해 첫 출전이던 3월 31일 부산 NC 다이노스전에서 5타수 4안타를 몰아쳤다. 삼성 시절인 2019년 4월 19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1808일만의 일이었다. 4월 한달간 타율 3할6리, OPS 0.807의 불방망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5월부터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야구계에서는 시즌초 이학주의 타격 상승세를 두고 '타격 자세가 불안하다'며 혹평하는 시선도 있었다. 결국 선수 스스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 6~7월에는 총 5타석 출전에 그쳤고, 7월 12일 이후 1군 경기에서는 이학주의 모습을 볼수 없었다.
이후 김태형 롯데 감독은 이학주의 콜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부상 같은 건 아니다. 내가 올라오라고 할 때까진 못온다"고 단언했다. 이학주의 방출은 이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을지도.
8월 이후 퓨처스 경기에 간간히 출전했지만, 결국 시즌 종료 후 방출이 확정됐다. 이로써 올해 삼성 불펜에서 두각을 드러낸 최하늘, 그리고 군복무 중인 투수 서현원(202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의 맞트레이드에서 롯데의 손을 들어주긴 어렵게 됐다.
이학주는 지난해까지 2년간 무주공산이던 롯데 유격수 자리를 맡았지만,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수비는 기민한 플레이 자체는 돋보였지만, 뜻하지 않은 실책이 잦아 코치진의 속을 쓰리게 했다.
결국 올해는 주전 유격수를 박승욱에게 완전히 내줬고, 롯데 유니폼마저 벗게 됐다.
2008년 18세 이하(U-18) 야구월드컵 우승을 이끈 90년생 내야수 4인방(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허경민)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시리즈 우승도 경험했고, 수십억대 FA 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당시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인해 대회에서 빠졌던 이학주의 현실만 안타깝다. 2019년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도운 SK 와이번스전 끝내기 홈런과 1위 결정전 신설, 지난해 KIA 타이거즈전 양현종 상대 만루홈런까지, '클러치 리'의 임팩트는 남겼지만 결국 꾸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