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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이래서 조승우 조승우 하는구나!"…185분 존재감 꽉 채운 '햄릿'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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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조승우, 조승우 하는구나!"

데뷔 24년 차를 맞은 배우 조승우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통해 연극배우로서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햄릿'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예술성과 작품성 측면에서 정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한 세기의 걸작으로, 160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공연된 이후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왔다. 지난 달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 '햄릿'은 최근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가 신유청 감독을 필두로 각 분야에서 뛰어난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올해는 '햄릿'의 풍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공개한 신시컴퍼니는 지난 9월 '햄릿'의 삼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국립극단의 '햄릿'도 4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이후 예술의전당은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조승우와 함께 손을 잡고 클래식한 '햄릿'을 완성시켰다.

지난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영화 '클래식', '말아톤', '타짜'와 드라마 '비밀의 숲' 등에 출연하며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외에도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스위니 토드', '오페라의 유령' 등 대극장 뮤지컬에서도 활약을 펼쳐왔으나, 유독 연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햄릿'은 조승우가 데뷔 이래 처음 도전한 연극이라는 점만으로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조승우는 창작, 라이선스 뮤지컬 등 출연 작품마다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과 색깔을 녹여내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소화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연극 '햄릿' 티켓 오픈과 동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막강한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조승우는 덴마크 왕자 햄릿으로 분해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슬픔부터 숙부 클로디어스와 어머니 거트루드의 재혼으로 분노에 가득 찬 모습까지, 캐릭터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뿐만 아니라, 유령으로 나타난 아버지가 자신이 살해당했음을 밝히며 진실규명을 명하자, 복수와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고뇌와 갈등을 거듭하는 과정도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여기에 박성근, 정재은 등 내공 넘치는 배우들도 명품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다잡았다. 박성근은 형을 살해하고 형의 아내였던 거트루드와 재혼한 클로디어스를 연기, 햄릿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며 극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덴마크의 왕비 거트루드로 분한 정재은은 아들과 새 남편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잡한 심경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햄릿의 친구 호레이쇼로 등장한 김영민은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햄릿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자 하는 굳은 심지를 보여줬다. 45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필리아 역에 합류한 이은조의 열연도 굵직한 선배들 사이에서 빛을 발했다. 극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조승우에게 '햄릿'은 남다른 의미의 작품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오페라의 유령' 첫 무대를 앞두고 "배우로서의 2막을 향해 도약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조승우는 긴 시간 동안 무대에 오르면서 느낀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완벽히 해소시키며 185분간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햄릿'은 오는 17일까지 공연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