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김단비와 아이들' 우리은행이 우승후보 삼성생명을 격침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나머지 5개 구단 사령탑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된 삼성생명은 개막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우리은행은 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홈경기에서 삼성생명에 73대65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은행은 전반 내내 끌려다니다가 3쿼터부터 대반격을 시작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김단비 의존도가 너무 높다고 걱정했는데 이날만큼은 동료들이 투지를 불태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생명은 김단비의 3점을 최대한 차단할 작전으로 나왔다. 김단비는 3점슛을 단 1개만 포함해 30점을 퍼붓는 괴력을 뽐냈다.
우리은행은 '김단비와 아이들' 꼬리표를 떼야 한다. 시즌 초반이지만 김단비를 제외한 선수들의 득점력이 매우 저조했다. 우리은행을 상대하는 팀들은 '김단비만 막으면 된다'가 아니라 '김단비에게만 점수를 주면 된다'는 자세로 나오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다른 공격 루트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입맛을 다셨다.
사실 당장 뾰족한 수는 없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김단비를 제외한 주전 4명을 잃었다. FA 박혜진(BNK)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을 모두 놓쳤다. 박지현은 해외 진출 도전에 나서 뉴질랜드 리그에서 뛰고 있다. FA로 심성영 박혜미와 보상선수 한엄지 김예진을 수혈했다. 위성우 감독은 "아무래도 전 팀에서 주축으로 뛰던 선수들이 아니니 부담이 있는 것 같다. 수비에만 집중하던 선수가 공격도 해야 하고 역할이 늘어났다. 체력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소극적인 플레이가 나온다"고 진단했다.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도 이 점을 노릴 계획이었다. 하상윤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김단비에게 2점을 주더라도 3점은 막는 방향으로 수비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어차피 다 방어할 수는 없으니 김단비의 3점만 봉쇄하는 쪽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김단비 외에는 위협적인 슈터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기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김단비가 아닌 동료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김단비는 첫 경기 신한은행전과 두 번째 경기 BNK전 모두 34점을 폭발했다. 한엄지와 이명관이 각각 14점씩 힘을 보탰던 신한은행전은 76대64로 이겼다. 김단비 외에는 두 자리 득점이 없었던 BNK전은 54대70으로 졌다. 김단비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득점을 더해도 김단비 보다 적었던 것이다.
삼성생명의 작전은 뜻대로 되는 듯했다. 김단비는 1쿼터에 3점을 아예 던지지도 못했다. 삼성생명은 1쿼터 한때 18-5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2분을 남기고 김솔 박혜미 심성영의 3점포가 연달아 터졌다. 우리은행은 20-25로 맹추격하며 접전 양상으로 물고 늘어졌다. 우리은행은 급기야 3쿼터에 경기를 뒤집었다. 6순위 아시아쿼터 미야사키 모모나가 승부처에서 해결사 능력을 뽐냈다. 3쿼터 막판 48-49에서 모모나가 연달아 3점을 꽂았다.
우리은행은 4점 앞선 채 4쿼터에 돌입했다. 63-58에서 김단비가 페인트존 2점슛에 추가자유투까지 넣어 승리를 예감했다. 신임 하상윤 감독은 첫 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그는 "기세를 타면 괜찮을 것 같다. 그게 오늘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지만 아쉬움을 삼켰다.
아산=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