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허웅이 회복하니, 버튼이 날았다.'
부산 KCC가 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4~2025 KCC 프로농구'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서 허웅(17득점, 4어시스트) 이승현(13득점, 14리바운드) 이근휘(21득점-3점슛 7개), 디온테 버튼(17득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 등의 고른 활약을 앞세워 102대71로 크게 이겼다.
'트라우마 극복', 이날 두 팀의 키워드였다. 공교롭게도 KCC와 정관장은 최근 올시즌 최고 돌풍의 팀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크게 얻어맞았다. 정관장은 지난 달 30일 가스공사전에서 올시즌 최다 점수차 패배(64대97) 수모를 겪었고, 이틀 뒤(11월 1일) KCC는 가스공사에 이번 시즌 최저 득점 패배(58대80)를 당했다.
가스공사의 시즌 초반 위력은 대단하다. 이날 앞서 열린 경기서 막강 서울 SK를 91대76으로 완파, 단독 1위로 등극할 정도이니 말 다했다.
'그런 가스공사에 우리만 대패한 게 아니네'라고 위안을 삼는 것도 잠시, 약체일 줄 알았던 가스공사에 '한방' 얻어맞은 후유증에서 빨리 회복하는 게 급선무였다. 정관장은 전날 울산 원정에서 현대모비스에 72대71 신승을 하며 급한 불을 껐지만 완전한 극복은 아니었다. 캐디 라렌-마이클 영이 9점 합작에 그칠 정도로 극히 부진했고 배병준 박지훈 등 국내선수 분투 덕에 간신히 챙긴 승리였다.
그런 정관장을 상대로 조기 후유증 극복에 나선 KCC에게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하루 걸러 연속 홈경기였고, 정관장은 이틀 연속 원정이었다.
절호의 찬스라 여긴 전창진 KCC 감독은 허웅을 선발로 내세우며 초기 제압을 예고했다. 10월 21일 창원 LG전에서 왼무릎 내측인대 부상을 했던 허웅은 전날 가스공사전에 복귀했지만 실전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한 듯 부진했다. 전 감독은 "선발로 투입해 컨디션을 끌어올려줘야 한다"며 전날 부진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전 감독의 의중은 적중했다. 허웅은 경기 시작 1분24초 만에 첫 득점을 3점포로 작렬시켰고, 곧바로 가로채기에 이은 단독 돌파 레이업으로 기선 제압의 물꼬를 텄다. 그러자 버튼이 날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전에서 40득점을 폭발한 이후 이렇다 할 위력을 보이지 못했던 버튼이지만 이날 1쿼터부터 득점 욕심보다 팀 플레이를 돕는데 우선했다. 1쿼터에만 가장 많은 어시스트 3개를 기록할 정도였다.
특히 20-13으로 앞서 있던 1쿼터 종료 1분50초 전, 정규경기에서 보기 드문 '쇼'를 선보이며 홈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정관장 배병준의 드리블을 가로채기 한 버튼이 단독 돌파를 한 뒤 원핸드 윈드밀(덩크슛)을 꽂아넣은 것. 이날 KCC의 완승을 조기에 예감케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2쿼터에 이근휘의 외곽포까지 터진 KCC는 53-36으로 여유있게 전반을 마치며 나무랄데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4쿼터 40초 만에 80-57로 인도하는 이근휘의 3점 (샷클락)버저비터는 미리 터진 자축포였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LG를 78대73으로 꺾고 공동 2위(4승2패)에 합류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