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상대의 파격적인 신인 세터 기용에 흔들렸다. 하지만 디펜딩챔피언의 끈끈한 팀워크는 위기를 혈투 끝 승리로 바꿔놓았다,
현대건설은 3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23-25, 25-20, 29-31, 25-23, 15-13)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현대건설은 흥국생명과의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내달리며 올시즌에도 여전히 우승후보임을 입증했다. 견고하고 물샐틈없는 수비력이 여전한 가운데, 모마-양효진-이다현으로 이어지는 공격력도 강력하다. 위파위도 한층 더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는 모습. 다만 정지윤의 기복 있는 리시브는 여전히 불안함으로 남았다.
반면 도로공사는 개막 3연패의 암담한 현실 속에도 희망을 찾은 경기였다. 올해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신인 세터 김다은의 화려한 볼배급이 돋보였다. 덕분에 니콜로바와 배유나의 공격력도 한층 향상된 모습. 다만 아직 강소휘의 부진이 여전하다.
경기전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경기력의 업다운이 없어야하는데…"라며 걱정하면서도 "2단 연결을 더 자신있게 해줘야한다. 정지윤의 리시브가 되면 김다인이 좀더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팀워크가 좋다. 호흡이 올라오면서 위파위와 정지윤의 공격도 좋아지고 있다. 다만 (패턴이)너무 노출됐다. 다른 팀들이 우릴 너무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영도드람컵에 이어 앞서 2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패한 도로공사는 심리적인 배수진을 친 분위기.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평소답지 않게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현장에 나타났다. 강소휘는 머리를 싹둑 자른 단발 차림이었다.
김종민 감독은 아시아쿼터 유니의 방출에 대해 "기량과 적응 모두 문제다. 포기하는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어 국내 선수 위주로 시즌을 운영하며 적절한 선수를 영입할 타이밍을 찾기로 했다.
신인 세터 김다은에 대해서는 "겁없는 플레이를 기대한다. 좋은 선수다. 실전에서 얼마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며 기대감도 드러냈다.
현대건설은 잇따른 범실로 첫 세트를 내줬다. 도로공사 김다은의 대담한 패스페인트와 탄력있는 토스에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2세트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경기전 예상했던 그대로의 흐름이었다. 모마가 서브에이스를 따내는 등 강서브를 잇따라 꽂아넣었고, 김연견-김다인을 중심으로 물샐틈없는 수비가 펼쳐졌다. 양효진 이다현의 공격과 블로킹까지 살아나며 무난한 승리.
3세트가 혈투였다. 듀스를 거듭하며 무려 31점으로 세트가 마무리됐다. 초반 10-4까지 앞섰던 현대건설로선 뼈아픈 패배였다.
듀스 상황에서 도로공사는 강소휘-배유나가 분담했지만, 현대건설은 모마에게 부담이 쏠렸다. 모마는 27-27에서 배유나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트리플크라운(한 경기에서 서브에이스, 후위공격, 블로킹을 모두 3개 이상 기록하는 것)을 달성했다. 하지만 배유나가 해결사로 나선 도로공사에 3세트를 내줬다.
4세트 초반에도 11-8까지 앞서다 강소휘의 강서브에 11-14까지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끈끈함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모마의 강서브를 앞세워 20-19로 뒤집었고, 모마와 양효진이 잇따라 상대 코트를 가르며 승부를 마지막 세트로 몰고갔다.
최후의 5세트. 3-0까지 앞서던 현대건설은 다시 도로공사의 반격에 4-4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날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한 모마는 말 그대로 도로공사 코트를 쉴새없이 폭격했다. 9-7에서 마지막 힘을 짜낸 도로공사 강소휘의 스파이크는 이다현에게 가로막혔고, 뒤이은 니콜로바의 공격은 라인을 벗어났다. 결국 현대건설은 마지막까지 따라붙는 도로공사의 추격을 뿌리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대건설은 모마가 서브에이스 4개, 블로킹 3개 포함 43득점을 책임졌다. 양효진(18득점)과 이다현(12득점) 정지윤 위파위(이상 10득점)가 뒤를 받쳤다. 도로공사는 니콜로바(34득점)와 배유나(18득점)가 분투했지만, 강소휘(13득점, 성공률 26.19%)가 못내 아쉬웠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