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가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현지 매체들은 시리즈 MVP인 프레디 프리먼보다 오타니 쇼헤이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추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오프시즌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에 다저스로 이적한 오타니가 첫 해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제 몫을 전혀 하지 못했다. 타격감이 내림세의 사이클을 탄데다 왼쪽 어깨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오타니는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을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정규시즌서 59번이나 성공한 도루 역시 한 개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도루를 시도하다 왼 어깨 탈구 증세를 겪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시리즈를 망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나 오타니의 '공과'를 월드시리즈 하나에만 국한시킬 수는 없다. 올시즌 우여곡절 많았던 다저스를 이끈 주역이 바로 오타니이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정규시즌서 1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636타수 197안타), 54홈런, 130타점, 134득점, 59도루, 출루율 0.390, 장타율 0.646, OPS 1.036, 411루타를 기록하며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득점과 루타는 양 리그를 합쳐 1위이고, NL에서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OPS 1위에 올랐다. 생애 세 번째 MVP는 사실상 확정한 상태.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를 달성하며 크나큰 이정표를 세웠다.
생애 처음 밟은 포스트시즌서도 공헌도가 작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디비전시리즈(DS) 1차전에서 3회말 동점 3점포를 터뜨리며 하마터면 빼앗길 뻔한 분위기를 끌어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뉴욕 메츠와의 NLCS 3,4차전에서 각각 쐐기 3점홈런,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려 시리즈 향방을 4차전까지 3승1패로 돌려놓는데 앞장 섰다. DS와 NLCS 합계 11경기에서 타율 0.286, 3홈런, 10타점을 때리며 월드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탠 것이다.
MLB.com은 이날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소식을 전하며 '월드시리즈에서 별다른 활약을 못했지만, 올시즌 내내 오타니의 공헌이 없었다면 다저스는 지금의 순간을 만끽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다저스는 시즌 내내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겪었으나, 오타니는 타선의 선봉에서 꾸준히 생산성을 이어갔다. 결국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내며 다음 달 생애 세 번째 MVP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평가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미국에 와 6년 동안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한 그는 우리 팀을 위해 힘을 쏟으며 챔피언전에서 뛰고 싶어했다. 그가 팀을 옮긴 첫 시즌 일군 열매는 실로 엄청난 것이며 우리 팀과 우리 팬들,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극찬했다.
MLB.com에 따르면 오타니는 이날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우승 파티를 하던 도중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에게 "남은 계약기간 9년 동안 매년 샴페인 파티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양키스타디움 프레스룸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올해 가장 길게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이 팀을 비로소 알게 돼 너무 기쁘다. 이적 첫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영광이며, 포스트시즌에서 성공한 것은 우리가 정규시즌서 최선을 다한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정말 강한 팀이고, 그런 팀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