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안양 정관장을 초토화시키며 3연승을 질주했다.
한국가스공사는 30일 안양 정관장아레나에서 벌어진 '2024~2025 KCC 프로농구' 정관장과의 원정경기서 국내·외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97대64로 크게 승리했다.
3연승을 달린 한국가스공사는 창원 LG, 서울 SK와 공동 2위로 올라섰고, 정관장은 2연패에 빠졌다.
이날 경기 전, 양팀 감독의 공통 관심사는 '4쿼터'였다. 정관장이 시즌 초반이지만 4쿼터에 무너지는 징크스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관장의 4쿼터 징크스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 동안 4쿼터 평균 13득점으로, 10개 구단 중 최저 공격력이다. 반면 4쿼터 평균 실점은 21.5점으로 부산 KCC(21.8실점) 다음으로 많다. 1승(3패)을 거뒀던 원주 DB전(68대60 승)을 제외하면 평균 24.6실점으로 가장 저조한 수비력이다.
김상식 정관장 감독은 징크스를 부인하지 않았다. "3쿼터까지 잘 하다가 희한하게 4쿼터 들어가서 확 무너지는 게 안 그래도 걱정이다"면서 "원인을 파악했더니, 선 공격으로 풀어가려고 한 플레이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비에 먼저 집중하자고 강조했다"며 징크스 탈출을 다짐했다.
한데, 정관장은 이날 임자를 잘 못 만난 느낌이었다. 예년과 달리 선전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는 아직 초반이지만 평균 67.3실점으로 올시즌 최고의 짠물수비를 자랑하는 팀이다.
그 비결로 "비시즌부터 터프한 수비를 준비해왔다"는 강혁 한국가스공사 감독은 "상대가 4쿼터에 부진한 경향을 보이는 만큼, 4쿼터에 더 강하게 밀어붙이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동상이몽 '4쿼터의 다짐'으로 시작된 경기, 막상 뚜껑이 열리니 정관장은 4쿼터를 걱정할 게 아니었다. 1쿼터부터 왠지 불안한 출발이다. 한국가스공사 특급 용병 앤드류 니콜슨에게 속절없이 당했다. 니콜슨은 1쿼터에만 3점슛을 3개 적중시키는 등 15득점으로 내외곽 공격을 종횡무진 선도했다. 선제 4득점 이후 상대의 강력한 수비에 밀려 5분 가까이 무득점에 그친 정관장은 앤드류의 맹폭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쿼터 후반에 니콜슨이 파울 2개째로 트러블에 걸린 가운데, 캐디 라렌 대신 마이클 영 투입으로 추격에 성공해 21-26으로 1쿼터를 마친 게 다행일 정도였다.
한국가스공사의 강한 수비에 평정심을 잃었을까. 정관장은 턴오버와 슛동작 파울을 남발하는가 하면 슈팅 난조까지 보이면서 자멸하다시피 했다. 이에 반해 니콜슨의 체력 안배를 위해 투입된 은도예는 '1옵션' 부럽지않은 착실한 골밑 플레이로 팀의 상승세에 비단을 깔았다. 1쿼터와 마찬가지로 정관장은 2쿼터 초반 5득점에 먼저 성공한 뒤 5분여 동안 무득점에 그친 대신 무려 22점을 헌납했다. 2쿼터 종료 3분51초 전, 은도예의 자유투 2개로 48-26으로 벌어졌을 때 이미 승부는 기운 듯했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한국가스공사는 3쿼터에 한때 32점 차(78-46)까지 달아나는 등 일찌감치 확인사살을 했다. 신승민 김낙현 정성우가 3점포 5개를 합작하는 동안 정관장은 여전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
결국 '4쿼터만 보면 된다'는 농구를 하고 싶었던 정관장이었지만 '4쿼터는 볼 필요가 없는' 농구를 한 채 징크스 탈출에 도전도 하지 못했다. 안양=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