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볼점유율은 여전히 축구에서 중요한 지표다. 2010년대 세계 축구계를 지배한 FC바르셀로나와 스페인식 축구의 핵심은 볼점유였다. 볼을 최대한 소유하며 매끄러운 패싱 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무너뜨리는게 골자였다.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빠르게 문전까지 도달하는 축구가 각광을 받으며, 점유율 축구는 조금씩 퇴색되고 있다. 그럼에도 점유율은 경기를 분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아무래도 높은 점유율을 기록한 팀이 그만큼 경기를 주도하며 풀어나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승리에 가까울 확률이 높다.
그런데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B에서는 점유율이 의미가 없다. 기록부터 들여다보자. 지금까지 치러진 6경기에서 점유율이 앞선 팀이 승점을 얻은 것은 18일 대구FC전에서 무승부를 거둔 광주FC가 유일하다. 당시 광주는 점유율 59대41, 슈팅수 8대5로 상대를 압도했지만, 1대1 무승부에 그쳤다.
다른 경기에서는 아예 점유율이 높은 팀이 모두 패했다. 19일 열린 전북 현대-대전하나시티즌전은 전북이 점유율 66대34, 슈팅수 18대6으로 사실상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대전이 2대0 승리했다. 같은 날 인천 유나이티드-제주 유나이티드전 역시 인천이 점유율 58대42, 슈팅수 17대6으로 우위에 있었지만, 승자는 제주였다. 2대1로 승리했다.
이번 주말 열린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27일 대구-대전전은 대구가 모처럼 50%가 넘는 점유율을 앞세워 56대44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0대1로 대전에 무릎을 꿇었다. 대전은 이날 승리로 강등권에서 벗어나 9위까지 올라섰다. 인천-광주전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인천은 점유율 30대70으로 절대열세였다. 하지만 1대0 승리를 거머쥐었다. 인천은 3연패 포함, 5경기 무승의 수렁을 끊는데 성공했다.
이번 주말의 마지막 경기였던 제주-전북전 역시, 전북이 점유율 68대32, 슈팅수 11대4로 제주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결과는 제주의 1대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제주는 연승으로 사실상 잔류의 7부능선을 넘었고, 전북은 리그에서 충격의 3연패를 당하며 강등의 위기가 더욱 커졌다.
물론 '높은 점유율=좋은 축구'는 아니지만, 적어도 점유율이 높은 팀은 그만큼 능동적으로 상대 수비에 맞섰다고 설명할 수 있다. 실제 광주, 전북은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보여주며, 경기력 측면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결과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때리다 지치는 모습이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골결정력 문제까지 겹치며 무너지고 있다. 광주는 팀내 최다득점자가 7골(가브리엘), 전북은 6골(문선민)에 불과하다.
반면 제주는 늪에 가까운 축구로 연승에 성공했다. 인천 역시 최영근 감독 부임 후 능동적인 축구로 변화를 줬지만, 승리를 하지 못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공교롭게도 광주전부터 기존 스타일로 회귀를 했고, 변화하자마자 승리를 얻었다. 물론 점유율이 낮다고 재미없는 축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은 대구를 상대로 점유율을 내줬지만, 강한 압박과 빠른 트랜지션으로 좋은 기회를 여러차례 만들어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결국 강등 싸움은 '내용'이 아닌 '결과'다. 얼마만큼 집중력 있게 90분간 플레이할 수 있느냐가, 잔류 여부를 결정짓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