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가 곧 끝날 조짐이다.
양키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LA 다저스에 졸전 끝에 2대4로 무릎을 꿇었다.
원정 1,2차전을 내준 양키스는 하루를 쉬고 이날 홈 3차전을 단단히 별렀으나, 타선이 무기력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힘 한번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다저스에 승리를 헌납했다. 시리즈 전적 3패에 몰린 양키스는 앞으로 한 경기를 더 내주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노렸던 우승이 물거품된다.
3차전까지 양키스를 지켜본 팬들의 시선은 한 선수에게 유독 쏠린다. 홈런왕 애런 저지다.
저지는 이날도 4차례 타석에 들어가 볼넷 1개만 얻었고,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번 월드시리즈 3경기에서 타율 0.083(12타수 1안타)에 홈런과 타점, 득점 없이 1볼넷 7삼진을 기록했다. OPS는 0.237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다. 자신의 생애 첫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체면을 잔뜩 구기고 있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합계 성적도 타율 0.140(43타수 6안타)에 2홈런, 6타점, 6득점, OPS 0.580로 부진하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은 타율 0.196, OPS 0.732로 정규시즌의 그것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적어도 10월 야구에서 저지는 '낙제생'이다. MLB.com에 따르면 역대 포스트시즌서 2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가운데 타율 2할 미만은 저지와 레지 샌더스, 둘 뿐이다. 샌더스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 신시내티 레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에서 뛴 외야수다. 그는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 0.195(221타수 43안타)를 기록했다.
그래도 이날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9368명의 팬들은 저지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정규시즌보다 큰 소리로 "M~V~P~"를 연호했다. 그러나 저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경기 후 저지는 "나로 인해 팀 타선이 가라앉았다는 걸 잘 안다. 안타를 치고 싶다. 타석에 들어가 내 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안타 하나를 뽑아내야 한다"며 자책했다.
저지가 부진한 것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배트가 나가기 때문이다. 유인구에 방망이를 내미는 비율(chase rate)이 정규시즌서 18.7%였는데, 포스트시즌 들어 28.7%로 높아졌고, 이번 월드시리즈에서는 34.8%로 치솟았다.
야구장에서는 여전히 저지를 응원하는 분위기지만, 3차전 패배 후 양키스 팬들 사이에서는 SNS에 저지를 조롱하는 메시지들을 올라오고 있다.
한 팬은 "애런 저지는 벤치에 놔둬야 한다(Aaron Judge needs to be benched)"고 했고, 또 다른 팬은 "저지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든 순간에 대해 그를 사랑한다. 그러나 이번 포스트시즌은 영원히 잊지 못하겠다. MVP가 더렵혀졌고, 그가 이룬 업적도 더렵혀졌다"고 썼다.
"15년을 기다렸는데,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한 팬은 '양키스의 게임 플랜은 득점을 포기하는 것인데, 매우 흥미롭다'며 비꼬기도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