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저희 선수들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기쁨을 누리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주전 포수는 진심이 담긴 쓴소리를 했다. KIA 타이거즈는 29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대5로 승리했다. 시리즈전적 4승1패를 기록한 KIA는 정규 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하며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구단의 역사상 1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무엇보다 KIA는 한국시리즈 진출시 12전 12승이라는 '불패 신화'까지 이어갔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KIA 타이거즈로 모기업이 교체된 후에는 2009년, 2017년 그리고 다시 2024년 우승이다.
KIA의 주전 포수인 김태군도 당당히 '우승포수' 타이틀을 달게 됐다. 이날 역전 결승 타점의 주인공인 김태군은 "성적이 안났을때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상대팀들이 우리를 우승 후보라고 꼽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위치가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재밌게 야구를 하려고 한 덕분에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큰 우승이다. 김태군은 NC 다이노스 시절이던 2020년 통합 우승을 이미 맛봤지만, 그때 그는 백업 포수였다. 양의지라는 대형 포수에 가려져 출전 기회도 제대로 잡기 힘들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한 경기도 나가지 못했다. 김태군은 "당시 군대 다녀오니 찬밥 신세더라. 그때 정말 야구가 재미 없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있는)시즌이기도 했고 모든 상황 자체가 재미 없었다.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는 생각으로 보냈기 때문에 재미없는 시즌으로만 기억에 남아있다"고 했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다시 KIA로 이적한 김태군은 지난 비시즌에 3년 최대 25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백업 포수로서의 설움을 씻고, 당당한 주전 포수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김태군은 "큰 계약도 했고 책임감과 부담감이 같이 있었다. 이런 좋은 시즌을 보내고 마지막에 우승 타이틀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질거라고 믿고 있다"고 자신감있게 밝혔다.
그러나 김태군은 할 말을 했다. 동료 선수들, 후배들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KIA가 왕조 시대를 열어나가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 것 같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태군은 주저 없이 "저는 KIA에 온지 1년 6개월 됐다"고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우승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선수들 의식을 바꿔야 한다.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선수들 스스로가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선수단 내에 아쉬운 부분들이 보였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김태군은 "있었다. (아쉬운 모습들이)제 눈만 이상한건 아니고, 웬만하면 보일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멘트를 남겼다. 함께 자리한 김선빈도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들을 위한 애정이 담긴 쓴소리다. 함께 우승을 일궜지만, 여기서 자만하지 말고 프로 선수로서 더 책임감있고 스스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당부였다.
광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