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아쉽게 대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명가재건의 원년이 된 2024시즌이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성공적 리빌딩 속에 파란을 일으키며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8위 삼성을 주목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5강 후보로 꼽는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 2년 차 삼성은 달랐다. 독기를 품고 일찌감치 달릴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일본 오키나와에 캠프를 차리고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갔다. 젊은 피 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시간이었다. 철저히 체력과 기본기 등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효율적인 훈련이었다.
겨우내 프런트의 적재적소 지원도 이어졌다.
지난해 최하위로 약점이던 불펜 강화를 위해 다각도로 움직였다. 시장에서 영입가능한 FA 김재윤과 임창민을 데려와 뎁스를 두텁게 했다. 내부 FA 오승환과도 계약을 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도 3장의 카드 중 1,2번 카드를 불펜 보강에 썼다. 1라운드에서 LG 트윈스 소속 최성훈을 뽑았고, 2라운드에서는 키움으로부터 양현을 데려왔다. 방출시장에서 이민호를 데려왔다.
최성훈 양현 이민호 영입은 결과적으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김재윤과 임창민에 거액을 투자하며 팀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구단은 이례적으로 일본 오키나와에 1,2군 캠프를 동시에 차리며 1,2군 동반 성장을 꾀했다. 박진만 감독과 1,2군 스태프는 구단의 지원에 멋지게 화답했다.
불펜 약점은 줄이고, 홈런과 수비 장점은 극대화했다.
최대 약점이던 뒷문 불안을 최소화 하는 동시에 타자 친화적 라이온즈파크의 특성에 맞게 홈런 타자들을 키워냈다. 구자욱 김영웅 박병호 이성규가 20홈런을, 강민호 이재현까지 6명이 두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185개의 팀 홈런으로 1위를 차지한 배경이었다.
'국민유격수' 박진만 감독과 손주인 코치는 철저한 기본기와 함께 '생각하는 수비'를 통해 안정감 있는 수비진을 완성시켰다. 삼성은 81개의 팀실책으로 최소 실책 1위를 기록했다. 팀 최다실책 KIA의 146실책보다 무려 65개나 적은 수치다. 정규시즌 2위의 숨은 비결이었다.
안정된 투타 밸런스에는 신구조화가 있었다.
유망주들이 하나둘씩 알을 깨고 나왔고, 베테랑들이 듬직하게 제 몫을 하며 중심을 잡았다.
지난해 김성윤에 이어 3년차 김영웅이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28홈런을 날리며 이승엽을 잇는 왼손 슬러거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 두각을 나타낸 이재현은 공수에서 완성도를 갖췄다. 또 다른 외야 거포 윤정빈도 최형우를 잇는 좌타 거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만년 유망주였던 '2군홈런왕' 이성규는 22홈런으로 데뷔 9년만에 20홈런 타자 반열에 올랐다.
기존 주축선수들은 정점을 찍었다.
구자욱은 3할4푼3리의 타율에 0.417의 출루율, 0.627의 장타율로 3-4-6 시즌을 열었다. 33홈런 115타점으로 MVP급 시즌을 보냈다. 원태인은 15승6패로 데뷔 6년 차에 다승왕에 오르며 국내 최고 투수로 우뚝 섰다.
리드오프 김지찬도 3할1푼6리의 타율과 42도루로 활약하며 3할 타자로 우뚝 섰다.
베테랑 포수 강민호도 3할3리의 타율에 19홈런 77타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열며 투-타에 걸쳐 중심을 잡았다. 김헌곤도 3할 타율에 복귀하며 가을야구로 맹활약을 이어갔다. 내야 사령관 류지혁도 젊은 야수 속에서 공-수에 걸친 쏠쏠한 활약으로 내야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김지찬의 중견수 이동도 신의 한수였다. 류지혁 이재현의 키스톤플레이어가 강민호 김지찬과 함께 단단한 센터라인을 구축하며 강팀의 조건을 충족시켰다.
4시즌 54승 에이스 뷰캐넌이 떠났지만 코너와 레예스가 각각 11승씩, 22승을 합작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고, 외인 타자 맥키넌 카데나스가 장타력 부재, 부상으로 아쉬웠지만 3번째 외인타자 디아즈가 가을야구 5홈런으로 장밋빛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신구조화 속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삼성.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새로운 왕조시대의 출발이 된 구단 역사에 남을 만한 의미 있는 한 시즌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