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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에이스' 김단비 34점 쏟은 비결 "나는 건드리면 더 승부욕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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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상대가 건드리면 더 승부욕이 올라가요."

박혜진과 박지현, 최이슬, 나윤정. 지난 시즌 아산 우리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있던 핵심 멤버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없다.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박혜진은 부산(BNK썸), 박지현은 뉴질랜드(토코마나와 퀸즈), 최이슬은 인천(신한은행), 나윤정은 청주(KB스타즈)로. 제 갈 길을 찾아 떠났다.

한꺼번에 '차포마상'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 '디펜딩챔피언'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WKBL의 약체로 분류된 이유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예상을 비웃듯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치른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시즌 첫 경기에서 12점차 승리를 거뒀다. 상대는 FA 빅3(신지현 신이슬 최이샘)에 아시아쿼터 1순위 센터 타니무라 리카까지 영입하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인천 신한은행이었다. 심지어 적지에서 치른 시즌 첫판.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이 경기에서 76대64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치른 시즌 첫 경기를 이길 수 있던 건 바로 지난 챔피언결정전 MVP 김단비(34)의 맹활약 덕분이다.

우승 동료들이 전부 떠난 상황에서 홀로 남은 김단비는 우리은행 최후의 보루이자 여전히 WKBL 최고의 에이스였다. 그는 이날 38분27로를 소화하며 34득점(3점슛 3개), 8리바운드, 3도움, 4스틸, 2블록슛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특히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만 15점을 몰아넣으며 끌려가던 스코어를 뒤집고 팀에 승리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위성우 감독이 경기 후 "김단비가 중요할 때 해준 덕분에 이겼다"고 한 이유다.

김단비는 "사실 걱정을 많이 했었다. 우리 선수들도 연습게임에 많이 막혀서 자신감 떨어진 모습이었다. 오늘 이긴 것도 기쁘지만,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은 것 같아서 그게 더 다행이다"라고 기뻐했다. 이어 34점으로 '원맨쇼'급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에 대해 "원맨쇼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다. 오히려 죽을 썼다고 표현해야 하나. 솔직히 전반에 한엄지나 이명관이 풀어준 덕분에 후반에 힘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팀인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은 경기 플랜으로 '김단비 봉쇄작전'을 들고 나왔다. 사실 구 감독 뿐 아니라 우리은행을 상대하는 모든 팀 감독들이 들고 나오게 될 작전이다. 김진영이 초반부터 매우 터프하게 막았다. 파울과 정상 플레이의 미묘한 경계 선을 오가며 핸드 체크과 바디 체크가 되풀이됐다.

김단비는 2쿼터 2분 34초쯤 이례적으로 팔을 휘두르며 화를 냈다. 심성영의 3점 시도 후 골밑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때 김진영이 팔로 거칠게 민 직후였다. 이에 대해 "상대가 터프하게 나올 때 선배가 그냥 맞고 있으면 후배들도 기세에서 밀릴 거 같아 더 화를 내고 흥분한 면이 있다. 더불어 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내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감정에 휘둘린 게 아니라 '화를 좀 내야 할 때'라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다.

공교롭게 이런 모습 이후 김단비와 우리은행의 경기력은 한층 좋아졌고, 3쿼터 역전으로 이어졌다. 김단비는 "내 스타일이 가끔씩 흥분하고 감정표현을 하면서 승부욕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상대가 나를 건드릴 때 더 승부욕이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김단비는 어설프게 건드리면 오히려 맹렬하게 터지는 폭탄이다. 다른 5개 구단 감독들이 김단비를 막을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전제 조건이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