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은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된 수비로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27일(한국시각) 독일 보훔의 보노비아 루스타디온에서 열린 보훔과의 2024@02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서 5대0 대승을 거뒀다. 바이에른은 개막 후 8경기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승점 20(6승2무)로 선두를 달렸다. 2위 라이프치히(+11)와 승점이 같았지만 골득실에서 +22로 크게 앞섰다. 바이에른은 주중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1대4 대패의 아픔을 씻었다.
김민재는 이날도 변함없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지난 바르셀로나전에서 혹평을 받았다. 김민재는 2번째 실점 장면 말고는 군더더기 없는 수비력을 선보였다. 후반 40분 레반도프스키가 교체될 때까지 85분간 완벽에 가깝게 봉쇄했다. 레반도프스키가 공을 받기 위해 수비 진영으로 내려오면, 상대 지역 깊숙한 곳까지 올라와 마크를 했다. 후반 2분과 34분엔 적극적인 마크로 레반도프스키의 슛을 방해했다. '인간계 최강자' 레반도프스키 봉쇄 임무는 완벽에 가깝게 수행했다.
사실 두번째 실점 장면 역시 논란이 있었다. 페르민이 미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주심은 노파울을 선언했다. 이것이 파울인지 아닌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키미히는 "(로페스의) 팔이 영향을 미쳤다. 점프를 하면 조금만 밀어도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하게 된다. 내가 봤을 때는 파울이었다"며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중에 떴을 때 뒤에서 조금만 밀더라도 영향이 간다는 걸 알 것이다. 김민재는 공에 머리를 맞출 수 없었다. 그게 경기 흐름이 바뀐 시점"이라고 했다. 독일 축구의 레전드 미하엘 발락도 "내가 보기에는 파울에 가깝다"며 "로페스는 공을 쫓지 않고 김민재를 방해해서 그가 공을 잡지 못하게 했다. 주심이 이를 정상적으로 봤어야 했다"고 했다.
이 장면을 빼면 김민재는 이날 좋은 모습을 보였다. /기록도 완벽했다. 김민재는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걷어내기 1회, 슈팅 블락 1회, 가로채기 1회, 태클 3회, 실점 빌미 제공 1회, 지상 경합 4회(6회 시도), 공중 경합 4회(4회 시도), 볼터치 101회, 패스 성공률 99%(87회 중 86회 성공), 롱볼 10회(11회 시도), 드리블 1회(1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후스코어드닷컴, 풋몹 등 기계식 평점을 내리는 사이트에서는 김민재에게 바이에른 수비진 중 가장 높은 평점을 줬다.
하지만 가뜩이나 김민재에 대해 '억까'에 가까운 악평을 내린 독일 언론들은 김민재를 물어뜯었다. 특히 김민재에게 악의적인 평가를 하기로 유명한 빌트는 '완전히 엉망진창이다. 지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논란이 된 장면과 무관하게 태클을 더욱 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심히 흔들렸다'고 평했다. 최악의 평점을 매겼다. 6점이었다. 독일은 1~5점 사이로 평점을 주고, 점수가 낮을수록 잘했다는 뜻이다. 5점이 넘어갔다는 것은 평가할 가치조차 업사는 뜻이다. '키커'는 5.5점, 'TZ'도 5점을 부여했다.
결국 막스 에베를 단장이 분노했다. 그는 한 기자가 김민재가 실점 장면에서 필요 이상으로 물러선 것 아닌지 묻자 "지도자 자격증부터 취득하는 게 좋겠다"며 "실점을 수비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안타까운 행동이다. 팀을 분열시키려는 의도 같다. 우리는 그런 의견을 받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는 콩파니 감독 스타일 상 수비수들에게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 감싼 것으로 보인다. 'TZ'는 '에베를 단장은 한 기자의 질문에 욕설까지 썼다'며 '그는 실점에 대해 개별 선수를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했다. 단장의 태도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했다. 에베를 단장은 과거에도 "수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김민재가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바르셀로나전 혹평을 딛고 다시 일어선 김민재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김민재는 78분을 소화하면서 걷어내기 6회, 슈팅 블락 1회, 태클 1회, 골라인 직전 걷어내기 1회, 지상 경합 2회(3회 시도), 공중 경합 3회(3회 시도), 볼터치 84회, 패스 성공률 91%(68회 중 62회 성공), 롱볼 4회(5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평점은 7.6점이었다. 팀 내 다섯번째로 높은 평점이었다. 후스코어드닷컴과 풋몹 모두 7.8점의 평점을 줬다.
특히 전반 8분 플레이가 백미였다. 보훔은 바이에른의 뒷공간을 공략했다. 모리츠 브로친스키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까지 제쳤다. 바이에른 골문을 넘기 직전 김민재가 빠르게 뛰어가 태클로 막아냈다. 실점을 막아낸, 말그대로 슈퍼태클이었다. 김민재는 이 플레이 외에도 시종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33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에릭 다이어가 교체돼 나올때까지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한편, 바이에른은 완승을 거뒀다. 바이에른은 4-2-3-1 카드를 꺼냈다. 해리 케인이 최전방에 섰고, 킹슬리 코망-자말 무시알라-마이클 올리세가 2선에 섰다. 주앙 팔리냐와 요수아 키미히가 중원을 꾸렸다.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콘라트 라이머가 포백을 이뤘다. 노이어가 골문을 지켰다.
전반 8분 위기를 김민재의 태클로 막아낸 바이에른은 전반 16분 올리세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올리세는 케인이 얻어낸 프리킥을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바이에른은 3분 뒤 무시알라와 올리세의 멋진 패스 플레이로 멋진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보훔은 브로친스키의 슈팅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바이에른의 수비벽은 두터웠다. 26분 바이에른이 추가골을 넣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미히가 올린 볼을 무시알라가 헤더로 연결했다. 전반은 바이에른의 2-0 리드로 마무리됐다.
후반 바이에른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후반 9분 올리세의 패스를 받은 코망이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았다. 침착한 마무리에도 오프사이드로 득점에 실패했다. 12분 바이에른은 또 한 골을 추가했다. 무시알라가 드리블로 보훔 수비를 무너뜨리고 내주자, 케인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케인은 시즌 9호골로 오마르 마무시(프랑크푸르트)와 득점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바이에른은 16분 무시알라, 팔리냐, 올리세를 빼고 토마스 뮐러, 레온 고레츠카, 리로이 사네를 투입했다. 20분 네번째 골을 넣었다. 사네가 상대 패스 미스를 가로채 솔로 플레이를 펼쳤다. 왼발 슈팅으로 보훔 골망을 흔들었다. 26분에는 코망이 마지막 골을 넣었다. 코망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바이에른은 33분 김민재를 다이어로 교체했다. 바이에른은 다섯골을 마지막까지 잘 지키며 5대0 대승을 마무리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