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KIA 타이거즈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까지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긴 5차전 9회초 2사.
KIA의 홈구장인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아이러니하게도 상대 팀 삼성 라이온즈의 응원가만이 흘렀다.
KIA가 40여년 만에 안방에서 KS 정상에 오르는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대부분의 관중이 양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KIA 마무리 정해영이 삼성 김성윤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우승을 확정하면서 광주 구장은 일순간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변신했다.
KIA가 홈에서 KS 우승을 확정한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다.
KIA는 이전까지 KS 정상에 11차례 오르는 동안 9번은 잠실(1983, 1986, 1988, 1989, 1993, 1996, 1997, 2009, 2017년), 1번은 대전(1991년)에서 우승 축배를 들었다.
2014년 건립된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가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기도 하다.
7년 만의 통합우승이 확정되자 KIA 선수들은 일제히 더그아웃을 뛰쳐나갔고 마운드 위에 모여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는 화려한 폭죽이 하늘을 수놓았고 KIA 팬들은 경기장이 떠나가라 환호했다.
2층 관중석에는 역대 KS 우승 엠블럼이 그려진 현수막 11장이 차례로 펼쳐졌다.
훗날 KIA가 통산 13번째 우승을 달성할 때는 2024시즌 깃발도 그 옆에 내걸릴 터다.
KIA 선수들은 호랑이 팬들에게 큰절을 올린 뒤 부채꼴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돌며 팬들과 교감했다.
이날 5차전에서 2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던 대투수 양현종도 무거운 마음을 씻어내리고 환하게 웃으며 순간을 즐겼다.
이어진 시상식에선 김선빈이 KS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고 박찬호가 데일리 MVP를 받았다.
마이크를 잡은 김선빈이 팬들을 향해 "행복하시죠"라고 크게 외치자 팬들은 한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다.
박찬호는 "마지막 경기에서 한 건을 해서 너무 다행이다. 빨리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자 관중석 곳곳에선 "아니야"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KBO 감독상을 받은 이범호 KIA 감독은 "제가 꼭 광주에 돌아와서 우승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이뤄서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이 끝난 뒤 KIA 선수들은 '거구' 이 감독과 심재학 단장을 헹가래 쳤고 올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던 '삐끼삐끼' 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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